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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 보는듯…몽골마을 삼킨 모래폭풍, 24시간뒤 韓온다[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치는 모습. 몽골 국가방재청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치는 모습. 몽골 국가방재청

멀리서 서서히 다가오는 거대한 모래폭풍. 하늘을 뒤덮은 모래 먼지는 한적한 마을의 건물들을 하나둘 집어삼킨다. 모래폭풍이 가까이 접근하자 시야가 뿌예지더니 금세 깜깜한 암흑으로 변해버린다.

14일 몽골 중남부 우브르항가이(Uvurkhangai) 아이막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모래폭풍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모래폭풍으로 마을 전체가 암흑이 된 장면은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지구 종말을 연상케 했다.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치는 모습. 몽골 국가방재청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치는 모습. 몽골 국가방재청

몽골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15일 몽골의 건조한 사막지대에서 최고 풍속이 초속 40m에 이르는 황사(모래폭풍)가 발생했다. 모래폭풍의 습격으로 몽골 초원 지역의 마을들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환경단체 푸른아시아 몽골지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유목민들의 거처인 게르가 무너지고 염소 등 가축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모래폭풍의 강력한 위력에 전봇대까지 뽑혀나갔을 정도다.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으로 유목민들의 거처인 게르가 무너진 모습. 푸른아시아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으로 유목민들의 거처인 게르가 무너진 모습. 푸른아시아

몽골 국가 방재청에 따르면, 폭풍으로 인해 10명이 숨지고 한때 590명이 실종됐다. 또, 1600마리의 가축이 없어지고 92개의 게르가 무너졌다.

신동현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사무차장은 “유목민들은 낮에 주로 벌판에 나가는데 그 상황에서 갑자기 모래폭풍이 불어오면 피할 데가 없다 보니 재난을 당하고, 가축들을 찾으러 나갔다가 같이 바람에 휩쓸려서 실종된 사람들도 있다”며 현지 피해 상황을 전했다.

몽골 유목민들이 모래폭풍에 파묻혀 죽은 가축들을 꺼내고 있다. 푸른아시아

몽골 유목민들이 모래폭풍에 파묻혀 죽은 가축들을 꺼내고 있다. 푸른아시아

고비사막서 발원한 황사 24시간이면 도달

황사 발생에서 도착까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황사 발생에서 도착까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황사는 몽골과 중국 등 동아시아 건조 지역에서 강풍에 의해 일어난 흙먼지를 말한다. 흙과 모래가 드러난 건조한 땅 위로 강풍이 불 때 발원한다. 이후 황사는 저기압 상승기류를 타고 공중으로 부양한 뒤에 바람을 타고 한반도까지 날아온다. 여기에 국내에 하강 기류가 형성되면 먼지가 낙하해 황사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국내에 발생한 황사의 대부분은 몽골 남부의 고비사막과 중국 만주 지역에서 발원한다. 이동속도도 빨라서 고비사막이나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빠르면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국내까지 도달한다.

15일 중국 베이징을 덮친 황사로 하늘이 누렇게 변했다. AP=연합뉴스

15일 중국 베이징을 덮친 황사로 하늘이 누렇게 변했다. AP=연합뉴스

이번에 몽골에서 발원한 모래폭풍 역시 15일 중국 베이징을 덮치면서 10년 만에 최악의 황사를 일으켰다. 여기에 중국 내몽골고원 쪽에서 추가로 발원한 황사가 겹치면서 국내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기후변화로 몽골 전역이 황사 발원지 됐다”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의 모습. 몽골 국가방재청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의 모습. 몽골 국가방재청

문제는 황사 발원지인 몽골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모래폭풍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지구 종말을 연상케 하는 모래먼지 폭풍은 몽골이 지난 60년간 평균 기온이 2.1도가량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국토의 80%가 사막화되면서 전역이 황사 발생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겨울에는 몽골에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황사가 발원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 최근 대형 모래폭풍이 발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다 보니 눈이 덮여 있는 지역도 없고 토양이 더 건조해지면서 황사가 발원할 가능성이 예년보다 커졌다”며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황사 발원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16일부터 전국 곳곳에 나타난 황사는 18일까지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을 주겠다. 기상청은 “17일 미세먼지(PM10) 농도는 차차 낮아지겠으나 18일까지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황사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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