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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총 900명 개미 몰렸다…‘이재용 거취’로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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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2회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17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2회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논쟁이 불거졌다. 사내·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과 특별배당금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은 주요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날 주총은 900여 명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3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17일 오전 9시 경기도 수원에 있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부문 사장을 포함해 주주·기관투자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김기남 부회장 “100년 기업 기틀 마련하겠다”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주주환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정기 배당을 연간 9조8000억원으로 올렸고, 내년 잉여현금흐름의 50% 내에서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조기 환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보안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고, 자율적인 준법문화의 정착을 통해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상정된 ▶특별배당금 10조7000억원(주당 1578원) 등 재무제표 승인 ▶사외·사내이사 재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은 모두 가결됐다.〈도표 참조〉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및 재판 과정에서 경영권 견제가 미흡했다”며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사외이사 연임 반대를 권고했으나 80%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김선욱 사외이사도 79.48%가 찬성해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삼성전자 제52회 정기 주주총회 안건과 찬성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삼성전자 제52회 정기 주주총회 안건과 찬성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해임해야” vs “복귀해야”

이날 직접 주총장에 나오거나 온라인 중계를 지켜본 주주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주총 분위기를 달궜다. 특히 구속수감 상태인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법무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형기를 마친 뒤에도 경영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주총에 참석한 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은 출근 형태만 비상근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직(職)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주주들은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부회장이 조속히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주주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발언이 나오자 주총장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사업 결정 등에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외부감시위원회에 불과한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취업을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사업 결정 등에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미래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김 부회장은 파운드리에 대해 “공정 경쟁력과 공급 능력은 글로벌 선두업체에 비해 손색이 없다. 효율적 투자를 통해 (세계 1위인 TSMC와)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답했다. 고동진 사장은 반도체 공급 부족과 관련해 “아직 100% 해결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2분기 상황이 조금 문제가 되는데, 사업부문장들이 고군분투하는 만큼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52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17일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52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8살 초등생 주주도 참석…‘국민주’ 실감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이날 주총에는 9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이 회사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주는 215만여 명에 이른다. 이날 13개월 아기 주주를 대신한 할머니, “엄마의 권유로 공부 삼아 주식 2주를 샀다”는 초등학생 이모(8)군 등 주총장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측은 최대한 많은 주주가 주총에 참여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온라인 생중계와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주총장 내부는 2m 이상 간격을 뒀으며 지정좌석제로 운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주총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 주주는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제52회 정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가 도입됐다. 전자투표 단말기(위)의 찬성·반대 버튼을 누르면 1분 안에 집계된다. 박형수 기자

삼성전자의 제52회 정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가 도입됐다. 전자투표 단말기(위)의 찬성·반대 버튼을 누르면 1분 안에 집계된다. 박형수 기자

‘박수 통과’대신 전자표결…“젊어진 주주 배려”

모든 안건 의결은 “박수로 통과하겠다”는 의장의 안내 대신, 전자투표로 진행됐다. 투표 직후 무대 중앙에 설치된 대형화면에 참석 주식수, 찬성 주식수가 실시간으로 표기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젊어진 주주 구성원에게 ‘박수 통과’가 거부감을 줄 수 있겠다고 판단해 전자투표 단말기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삼성SDI와 삼성전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상정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수원=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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