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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 뭐를 바꿨지?…리뉴얼 후 1초에 1봉지씩 팔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 4조5000억원대의 제과 시장에 새해 들어 리뉴얼 바람이 거세다. 맛을 바꾸되 크게 바꾸지 않고, 기존 고객을 지키며 새 고객도 끌려는 제과업계의 전략이 리뉴얼로 모아진 결과다. 오랜 기간 인기를 끌며 인지도가 높은 명칭을 유지하면서 최근 추세에 맞춰 새로운 맛을 첨가한 리뉴얼 제품은 실제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온 '태양의 맛 썬'이 재출시 3년만에 누적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 '태양의 맛 썬'이 재출시 3년만에 누적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 썬칩은 '1초에 1개씩' 팔려

17일 오리온에 따르면 2018년 리뉴얼한 ‘태양의 맛 썬’(썬)이 3년여 만에 누적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1초에 1봉지씩 팔린 꼴로 누적 매출액이 940억원에 이른다. 오리온은 2016년 1월 경기 이천 공장 화재로 일부 생산 라인이 불타 썬의 생산을 중단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썬 판매를 중단하자 ‘썬은 언제 나오냐’는 문의가 홈페이지에 100여건 넘게 이어졌다"며 "고객들의 재출시 요청이 이어져 2018년 4월부터 ‘돌아온 썬’을 다시 생산했다"고 말했다.

돌아온 썬은 기존 과자의 맛과 패키지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생겨난 ‘홈술족’(집에서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안주로 인기를 끌면서 기존보다 36%가량 늘어난 월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사람처럼 제품에도 팬(fan)층이 있다”며 “재출시 이후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서 화제가 되면서 기존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소비자의 호응을 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제과 시장 4조 5000억원대에서 정체

과자업계는 지난 3년간 제과 시장이 약 4조5000억 원대에서 정체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스낵류의 온라인 판매가 늘어 시장 규모가 커지는가 했지만 대형마트의 소비가 줄어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지 않는 것도 제과업체가 리뉴얼 전략에 의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과 소비자의 입맛은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 어릴 때 먹던 맛을 계속 찾곤 한다"며  "몇십년 된 전통적인 인기 제품에 요즘 트렌드를 가미한 새로운 맛을 선보이면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빈츠 카페모카와 에이스 뉴욕치즈케이크맛. 사진 롯데·해태제과

빈츠 카페모카와 에이스 뉴욕치즈케이크맛. 사진 롯데·해태제과

롯데제과도 최근 초코 과자 ‘빈츠’의 신제품 ‘빈츠 카페모카’를 내놨다. 10년만의 빈츠 신제품으로 카페모카 맛의 초콜릿을 과자에 입힌 제품이다. 빈츠는 2000년에 출시돼 20년 넘게 팔리고 있는 과자로 지난해 매출 3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액이 15% 이상 늘었다. 해태제과는 비스킷 과자 ‘에이스’에 치즈케이크 맛을 더한 ‘에이스 뉴욕치즈케이크맛’을 출시했다. 믹스커피와 함께 먹기 좋게 만든 기존 제품과 달리 요즘 많이 찾는 아메리카노와 어울리게 치즈 맛을 살리고 소금 함량을 줄인 게 특징이다.

포테토칩 엣지 통감자구이맛과 신짱 씨앗호떡맛. 사진 농심·크라운제과

포테토칩 엣지 통감자구이맛과 신짱 씨앗호떡맛. 사진 농심·크라운제과

수십년 입맛에 새 맛 가미하는 리뉴얼 유행    

1980년 감자 칩 ‘포테토칩’을 출시했던 농심은 지난 1월 ‘포테토칩 엣지 통감자구이맛’을 선보였다. 둥글고 얇은 모양의 기존 감자칩과 달리 두툼한 막대 형태로 만들어 식감을 살렸다. 농심은 최근 ‘포테토칩 육개장사발몃맛’이나 ‘에그토스트맛’ 등 다양한 맛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크라운제과도 과자 ‘신짱’의 후속제품으로 ‘신짱 씨앗호떡맛’을 지난해 12월 출시해, 한 달 만에 102만 봉지가 팔리며 누적 매출 12억원을 넘기는 성공을 거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의 경우 입맛이 변화하기 쉽지 않아 새로운 제품을 내놔도 소비자가 잘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수십 년된 장수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경우 빛이 바랜 느낌을 받기 쉽다"며 "익숙한 제품에 약간의 변화를 더한 리뉴얼로 기존 소비자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점을 안전하게 찾아 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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