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인, “개인정보법 위반 기업, 전체 매출 3% 과징금은 합당”

중앙일보

입력 2021.03.16 21:00

“EU는 매출의 4%…단순 실수는 해당 안돼”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제4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제4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윤종인 개인정보위원장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기업에게 부과되는 과징금을 상향하는 안을 당초 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내·외 입법례가 있는 데다 의도적·반복적인 법 위반 사례에 한해서만 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산업계 안팎에서는 “위반 행위보다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위원장, 개인정보위 출범 후 첫 간담회

윤 위원장은 16일 개인정보위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시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오·남용 등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될 수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 포함된 과징금 상향이 그대로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 윤 위원장은 “(오히려)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경미해 ‘의도적으로 법을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가 추진 중인 과징금 수준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기업 전체 매출의 3%다. 당초 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의15(과징금의 부과 등에 대한 특례)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의 3% 이하를 과징금으로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과징금 산정 기준이 ‘전체 매출’로 바뀌는 것이다. 처벌 범위도 기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서 ‘(모든) 개인정보처리자’로 확대된다.

윤 위원장은 “국내·외에도 전체 매출액의 3%로 과징금 부과기준을 설정한 입법례가 있었다”며 “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EU GDPR)에서도 매출액의 4%로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는 점을 보면 합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실수는 해당하지 않는다. 의도적·반복적 법 위반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안전성 확보 노력, 향후 법 위반 방지 여부 등 비례성과 효과성을 고려하도록 법에 명확히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똑같은 위반인데 과징금 천차만별…비례원칙 안 맞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3번째)이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3번째)이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산업계는 개인정보위의 이런 조치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같은 정도의 위반에도 과징금 규모가 천차만별로 커질 수 있다”는 게 산업계 측 입장이다. 예컨대 연 매출 1000억원의 IT기업 A업체와 연 매출은 5조원이지만 데이터 사업 부문의 매출액이 1000억원인 B기업의 경우 과징금이 각각 30억원과 15000억원으로 50배나 차이가 난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인정보위에 의견서를 내고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위원장에 따르면 2차 개정안에는 인공지능(AI)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경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조항(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대응권)도 포함될 예정이다. AI가 인간의 생명, 신체, 재산상의 피해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정을 했을 때 이를 거부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올 초 ‘AI챗봇 이루다가 혐오 발언을 내뱉고, 개발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동의를 충분히 얻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윤 위원장은 “이루다 사건은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실을 바늘허리에 매서 쓸 수는 없다. 아무리 혁신적이라도 안전하게 보호되지 못하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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