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자되는게 성공”이라 여겼던 김범수…재산기부로 기빙플레지 등재

중앙일보

입력

16일 부호들의 기부 클럽 '더기빙플레지'에 등재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16일 부호들의 기부 클럽 '더기빙플레지'에 등재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한때 이 땅에 존재했던 것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무엇이 성공인가』랄프 왈도 에머슨)

김범수(55) 카카오 의장이 부호들의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재산 절반(5조원) 이상 기부를 공식 서약했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 환원을 서약하며 시작한 자발적 기부운동.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 25개국 220명이 서약했다. 한국에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에 이어 두 번째 등재다.

김 의장은 이날 공개된 서약서에서 기부 결심을 하게 된 계기로 『무엇이 성공인가』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30대 이른 나이에 성공한 뒤 찾아온 방황의 시기 자주 읽었던 시라고 한다. 한게임 창업자인 김 의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함께 국내 1위 포털기업 NHN(네이버와 한게임 합병회사)을 일군 뒤 2007년 회사를 떠났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주요 사재 기부 내역.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주요 사재 기부 내역. 카카오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은 이후 30대에 이르기까지 ‘부자가 되는 것’을 오직 인생의 성공이라 여기며 달려왔다”며 “목표했던 부를 얻고 난 뒤 인생의 방향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일을 멈추고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인생 2막’을 고민했다”며 “『무엇이 성공인가』를 접한 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방향타를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의장은 카카오를 창업해 시가총액 42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기부금은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 사회문제 해결 관련 일부터 사용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100명의 혁신가를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또 다른 혁신가들의 여정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열린 카카오 사내 간담회에서도 기부금을 묵혀두지 않고, 필요한 곳에 바로 써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교육 분야에도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실제 김 의장은 수년 전부터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과 함께 공동 출자한 C프로그램을 통해 비인가 실험학교 ‘거꾸로 캠퍼스’를 지원해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스타트업 방식으로 공부 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스스로 공부하게 해 향후 진로를 찾게 도와주는 일종의 대안학교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 “미래 교육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찾으려 한다”며 “빈부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서약서 첫머리에 자신보다 아내(형미선)의 이름을 앞세웠다. 기부 결정이 가족 간 충분한 상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은 기부 서약에 이르기까지 아내의 개인적 노력과 희생에 감사하며 이를 존중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부 서약에 아내의 이름을 앞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관련기사

요즘 뜨는 기업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고 싶다면, 그것도 편하게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다면, 구독하세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구독신청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3985

QR코드를 찍으면 팩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팩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