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자동차가 ‘생즉사 사즉생(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것)’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HAAH오토모티브)와 협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쌍용차가 신규 투자자를 포함한 확실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만 추가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은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의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에 대해 “진행 과정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순탄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중앙은행(RBI)이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지분 감자안을 승인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정작 쌍용차를 인수할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상은 삐걱대고 있다. 이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는 쌍용차 경영 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굉장히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현재까지 쌍용차에 투자할 지 최종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쌍용차 노조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구조조정 기업을 ‘폭풍 속 침몰 직전의 선박’으로 비유하며 “선원은 버릴 것은 다 버리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항구에 도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쌍용차 노사는 여전히 (제가 생각하기에) 안이한 거 같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을 확인해야만 추가 지원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투자자 없이 채권단이 먼저 나설 수 없다”며 “잠재적 투자자가 정해진 뒤 (쌍용차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외부 전문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타당성을 검증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작심하듯 쌍용차 노조에 “(사업성 없이) 내가 무슨 수로 살리냐, 돈(신규 투자)만으로도 (쌍용차가) 독자생존하기 어렵다”며 “쌍용차가 사즉생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해야만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쌍용차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쌍용차는 이날 지난해 결산 결과를 정정 공시했다. 기존 발표(잠정 공시)보다 빚이 더 늘면서 쌍용차의 자본 총계는 -881억원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어선 111.8%로 악화된 것이다. 쌍용차가 가진 자산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바꾸더라도 빚을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