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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수출 만두에 파오차이 표기? 김치를 김치로 못 쓰는 속 사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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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에서 한·중 간 '김치 기원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CJ가 중국에서 생산해 현지 판매 중인 '비비고 만두' 포장지에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고 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국의 '김치공정'에 동조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실상 한국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파오차이'라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당국이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 관련 제품을 모두 '파오차이'라고 표기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치 상표등록 불가능…'파오차이' 표기 강제

비비고 포장지의 '파오차이' 표기는 15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통해 알려졌다. 글쓴이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해당 제품의 포장지와 함께 "김치(KIMCHI) 대신 김치의 중국식 표기인 포채(파오차이)로 표기했다"며 "중국 매출에 정신이 나가 김치 표기를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글엔 1800명 넘게 공감을 표했고, "한창 민감한 시기에 한국 것을 포기하고 중국 것을 택했다"는 등의 격한 반응도 등장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선 김치 관련 제품을 'KIMCHI'라고 상표등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자국의 식품안전국가표준(GB)제도를 들어 이 규격을 따르지 않는 제품의 현지 판매 및 사업 등을 제한하고 있다. GB는 현재 한국 김치뿐만 아니라 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절임류 채소로 만든 식품을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CJ뿐 아니라 여러 식품 기업들이 김치 대신 파오차이라는 명칭을 사용 중이다.

대상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 '청정원'과 '종가집'은 중국에 수출하거나 현지에서 생산하는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표기해 판매한다. 중국 현지 법인 '포미다식품'을 통해 김치를 생산·판매 중인 풀무원도 제품명에 '자른 파오차이(切件泡菜)'라는 이름을 붙였다. CJ는 현재 중국에 비비고 김치를 판매하거나 수출하지는 않고 있으며, 김치를 사용한 간편식을 판매하면서 파오차이라 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치 성분이 들어간 식품까지도 '파오차이'라고 표기하도록 중국 정부가 강제하고 있다"며 "식품 수출을 위해 '파오차이'란 표현을 울며 겨자 먹기로 쓸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김치 표기와 관련한 기업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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