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책임" 외친 박범계, 文정부 책임은 "답변할 사안 아냐"

중앙일보

입력 2021.03.15 18:15

업데이트 2021.03.15 22:52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리는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전국 고검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리는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전국 고검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검찰 책임론'을 꺼냈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5일 전국 고검장들을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9일 수원지검 안산지청 투기 수사 전담팀을 격려 방문한 데 이어 LH 사태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하지만 검찰의 수사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박 장관 행보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우회해 검찰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부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검찰총장만을 지휘하도록 한 검찰청법 위반이란 지적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LH 직원이 잇따라 숨지는 등 사태가 악화되는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소통을 이어가겠다"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의 안착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등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박범계, LH사태 고검장 소집에…檢수사권 시행령 개정 건의

박 장관은 15일 서울고검에서 주재한 고검장 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수사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검찰에 어떤 역할을 주문하냐'고 묻자 "검찰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찰 책임론을 제기했는 데 3년 간 정부·여당의 책임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냐'는 질의에는 "제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상철 서울고검장·강남일 대전고검장·구본선 광주고검장·오인서 수원고검장·장영수 대구고검장·박성진 부산고검장·배성범 법무연수원장 등 7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다만 이들은 "새로운 형사법제(수사권 조정) 하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이 제한적"이라며 "국가적 중요 범죄에 대해서는 검·경의 유기적 협력체계 안에서 국가범죄대응 역량이 총동원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건의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15일 전북 전주시 LH전북본부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15일 전북 전주시 LH전북본부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뉴스1

추미애가 증권합수단 없앴는데…朴 "증권·금융 범죄 걱정"

고검장들은 또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며 공정한 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금융범죄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기술유출 범죄 등 전문 분야에 대해서도 검찰의 역량을 높이고 유관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회의 뒤 "검사들이 어떻게 역량을 발휘할지 고견을 들었다"며 "부동산 투기와 함께 걱정되는 것이 증권·금융 쪽의 새로운 형태의 전문적인 범죄에 대한 대응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두 가지 부분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의 라임 사태 수사 초창기이던 지난해 1월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검찰 개혁의 일환이라며 해체한 장본인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LH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데 검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박 장관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으려면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만나야지, 고검장들과 만나 원론적 이야기를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연 檢 '수사협력단' 설치…경찰 수사 조력자로 역할 축소

최승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 정부합동수사본부 수사국장(왼쪽)과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검찰과 경찰이 구성한 협의체 첫 실무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최승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 정부합동수사본부 수사국장(왼쪽)과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검찰과 경찰이 구성한 협의체 첫 실무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친정부 검사로 꼽히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은 이날 고검장 회의와 별도로 3기 신도시 관할 검찰청 전담 부장검사들을 소집해 투기 사범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1일 이 부장이 최승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만나 LH 수사 관련 핫라인을 구축하고 초동 수사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부장은 회의 뒤 자신을 단장으로 하는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협력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수사협력단은 대검 형사1과장과 범죄수익환수과장 등 과장급 간부 3명 등 총 20명으로 이뤄진다. 수사협력단은 전담 수사팀과 전담검사를 중심으로 경찰과 수시로 협의하고 영장을 검토하며 일선 청의 범죄수익 환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 사례 분석과 법리 검토를 진행한다.

대검 관계자는 "공직자가 업무 중 알게 된 개발 계획 등을 이용해 개발 예정 부지를 매입한 경우 부패방지법 위반죄가 성립해 해당 토지를 환수할 수 있고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보전 조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과 합의한 대로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면밀히 검토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중요 범죄 및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경찰 수사를 종료한 뒤 검찰이 다시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작고, 이미 때가 많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단'이 아닌 '수사협력단'이 생긴 것도 수사권 조정 이후 나온 진풍경이다. 검찰은 지난해까지 전국민적 의혹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수사단을 꾸려 직접 수사를 주도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6대 범죄로 검찰 직접 수사권이 제한된 뒤 불거진 LH 사태에선 경찰 수사 조력자로 역할과 위상이 쪼그라든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협력단은 처음 들어본다"며 "사실상 경찰 수사에 잘 협조하라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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