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까지 밝힌 투기신고 무시한 LH, 이유는 "퇴직자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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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삭(LH)의 경기지역본부.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삭(LH)의 경기지역본부.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전직 직원이 개발 토지에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보받았으나, 퇴직자라는 이유로 감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15일 파악됐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LH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LH레드휘슬(부조리신고) 접수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7월22일 '개발토지에 대한 정보를 이용한 부적절한 행위'라는 제목의 제보를 접수했다. 퇴직 직원이 LH 재직 당시 개발되는 토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부인 혹은 제3자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내용이다. 투기가 의심되는 지역과 투기 의심 대상자의 이름, 주소 등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제보자는 "LH 전 직원인 A씨가 공사 재직 시 개발되는 토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지인의 부인 이름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며 "재직 당시 주변인들과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은 물론이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보자는 "관련자 소유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다"며 "끝없이 관련 인물들의 이름이 번갈아 올라가 있다"고 대상자와 관련된 정보를 LH 측에 제공했다. 불법 투기 의심지역으로 서울, 인천, 충남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LH 측은 제보를 받고 약 한달 뒤인 8월 중순께 "퇴직 직원 관련 사항은 규정에 따른 감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신고를 자체 종결했다.

김 의원은 "당시 LH가 적극적인 자체 조사에 나섰으면 지금과 같은 국민적 공분과 행정적 낭비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외부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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