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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키니 입고 마약? 가짜영상 범인은 친구 엄마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50대 엄마가 고등학생 딸 친구들에게 딥페이크(deepfake)로 만든 영상을 유포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은 특정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해 만든 가짜 영상물이다.

미국에서 한 여고생의 엄마가 딸 친구들에게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음란 영상물을 전송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픽사베이]

미국에서 한 여고생의 엄마가 딸 친구들에게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음란 영상물을 전송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픽사베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벅스 카운티 지방검찰은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라파엘라 스포네(50)를 아동 사이버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스포네는 지난해 7~8월, 딸의 치어리딩 팀 소속 친구들과 감독·코치 등에게 익명으로 음란 영상물을 지속해서 전송했다.

영상에는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술과 마약을 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그런데 영상 속 여성들이 치어리딩 팀 소속 여학생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영상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팀을 탈퇴하라는 협박 메시지도 수시로 받았다고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이었다.

피해 학생과 부모들은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분석 결과 해당 영상은 모두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가짜로 확인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IP 주소 추적 등을 통해 스포네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체포된 스포네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한 피해 학생의 부모는 지역 신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 "스포네의 딸과 어울리지 말라고 말한 뒤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영상때문에 아이들이 팀에서 쫓겨날까봐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치어리딩 팀을 운영하는 빅토리 바이퍼스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엄격한 괴롭힘 방지 정책을 갖고 있다"면서 "지난해 여름 내부 조사를 진행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체육관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W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상대로 악용됐던 딥페이크 기술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수사를 맡은 매튜 와인트라우브 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성인이 청소년을 상대로 저지른 첫 번째 사이버 불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또래 친구 사이에서의 사이버 불링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앞으로 청소년 사이에서도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포네가 만든 가짜 영상이 성범죄물로 인정받지 않는 이상 형량이 가벼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사이버상의 사생활 보호를 연구하는 버지니아대학교 법학 교수도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여성이 압도적으로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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