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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프러포즈의 비극…파키스탄 대학 엔딩은 퇴학이었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남녀관계에 있어 매우 보수적인 파키스탄의 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 결혼 약속을 하고 포옹한 학생 2명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

13일(현지시간)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대 캠퍼스에서 지난 12일 '공개 프러포즈'이벤트가 있었다. 한 여성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연인인 남성에게 결혼해달라며 꽃다발을 건넸다.

지난 12일 파키스탄 라호르대 캠퍼스 내에서 커플 한 쌍이 결혼약속을 하며 포옹했다는 이유로 퇴학처분을 받았다. [트위터]

지난 12일 파키스탄 라호르대 캠퍼스 내에서 커플 한 쌍이 결혼약속을 하며 포옹했다는 이유로 퇴학처분을 받았다. [트위터]

프러포즈를 받은 남성은 꽃다발을 손에 든 뒤 여성을 껴안았다. 커플을 둘러싼 사람들은 이들을 축하하며 환성을 지르거나 사진·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이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상에서 퍼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2일 파키스탄 라호르대 캠퍼스 내에서 커플 한 쌍이 결혼약속을 하며 포옹했다는 이유로 퇴학처분을 받았다.[트위터]

지난 12일 파키스탄 라호르대 캠퍼스 내에서 커플 한 쌍이 결혼약속을 하며 포옹했다는 이유로 퇴학처분을 받았다.[트위터]

대학 측은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끈 이 동영상을 접한 뒤 특별징계위원회를 열고 두 학생을 소환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출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라호르대는 지난 12일 "이들이 대학규칙을 위반하고 징계위원회에도 출석하지 않아 '행동 규범에 대한 심각한 위반'으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커플이 라호르대 캠퍼스 내에 출입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캠퍼스 내에서 프러포즈를 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를 거부한 이 커플은 애정을 표시한 것과 관련, 인터넷에서 협박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대학의 이런 결정은 남녀관계에 대해 엄격한 파키스탄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에선 부부 여부와 관계없이 남녀가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문화적·종교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관념이 있다.

AFP통신은 파키스탄에서는 엄격한 문화 외에도 여성에 대한 다양한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파키스탄에는 여학생의 청바지·탱크톱 착용, 화장을 금지하는 대학이 있으며 이성 학생 간의 교환을 제한하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여성권리 향상을 요구하며 열리는 3월 8일 국제여성의 날 시위 주최자들에 대한 살해 예고도 있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대학 내 로맨스를 반대하는 대학 교장이 등장하는 인도 영화 '모하바테인' [트위터]

대학 내 로맨스를 반대하는 대학 교장이 등장하는 인도 영화 '모하바테인' [트위터]

대학에서 커플이 공개적으로 애정표현을 했다가 추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는 큰 반향이 일었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대학 내의 로맨스에 반대하는 대학 학장이 등장하는 영화 '모하바테인'의 사진을 올리며 라호르대의 결정을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트위터를 통해 "퇴학을 시킬 순 있어도 사랑을 추방할 순 없다"면서 "사랑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며 우리는 학교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 사랑을 통해 더 많이 배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이자 활동가인 지브란 나시르는 "파키스탄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두 명의 성인이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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