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소급처벌·무기징역까지…LH법안 36건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5 05:00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14건)ㆍ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10건)ㆍ공직자윤리법 개정안(7건)….

14일 성남 분당 LH 경기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14일 성남 분당 LH 경기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최초 제기한 후 열이틀간 국회에 쏟아진 대책 법안만 36건(14일 기준)이다.

대체로 처벌 강화에 무게를 둔 법안들이다. 누구든 미공개 중요 정보 등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 이익을 거뒀을 경우 ▶“이익의 3배~5배에 상당하는 벌금”(정청래 민주당 의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이익의 3배~5배에 상당하는 벌금”(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 징벌적 처벌을 골자로 한 법안이 많다. 심한 경우 “무기징역”(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익의 10배 벌금”(이주환 국민의힘 의원)까지 가능하게 하자는 법안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충돌방지법을 비롯해 공직자윤리법ㆍ공공주택특별법ㆍ한국토지주택공사법ㆍ부동산거래법 개정안 등 공직자 투기의 방지 또는 처벌과 관련한 5개 법안을 3월 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재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들에겐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성난 민심 달래기가 절실한 여권에선 ‘소급 적용 검토’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헌법상 형벌 불소급의 원칙을 거스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LH 투기 방지법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신동근 최고위원), “여야 합의로 (법을 만들면, 소급 적용도) 위헌 여부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홍익표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나서 군불을 때는 중이다.

실제로 아예 소급 적용을 적시한 법안도 나왔다. 지난 11일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종사자 등 공무를 담당하는 자가 공직윤리 등을 위반하여 1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 이를 환수”하는 내용이 담긴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이 법은 이 법 시행 전에 범한 특정 재산범죄로부터 발생한 특정 재산범죄수익 등을 환수하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다는 부칙을 달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 입법조사처 검토도 거쳤다. 위헌 소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에 시작돼 현재도 진행 중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공익적 필요에 따라 소급(부진정 소급)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LH 직원들의 투자는 이미 완료된 상태라서 진정 소급으로 봐야 한다. 이는 당연히 위헌이다”라고 말했다.

LH 5법의 처리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2ㆍ4 부동산대책 후속 법안 처리의 동력은 약해지고 있다. 2ㆍ4 대책은 공공 주도의 83만호 주택 공급이 골자인데, 그 공공 주체가 바로 LH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ㆍ4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뉴스1]

지난달 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ㆍ4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뉴스1]

지난달 민주당은 2ㆍ4 대책 후속 법안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진성준 의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조오섭 의원) 개정안을 내놓으며 속도를 내고 었지만 LH 사태 여파로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는 이 법안들을 상정도 못하고 끝났다. 그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의를 표해 ‘시한부 장관’이 됐고 외부에선 “3기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는 요구까지 나오는 중이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24일 본회의에 올리려면 소위 논의도 해야 하고 의결도 해야 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넘어야 하는데, 안건 상정도 못 했다”며 “3월 내 통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언제 처리할 수 있을지도 말 그대로 안갯속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은 야당 반대가 문제가 아니다. LH에 대한 민심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다시 LH 주도의 공급을 추진하는 건 민심에 기름을 붓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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