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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軍안보사 국보법 위반 검거… DJ 22 盧 9 文땐 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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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능과 규모를 축소해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창설했다. 안보사는 기무사 시절을 포함해 현 정부 들어 간첩은 물론 국가보안법 위반자 검거 사례가 전무하다. 사진은 경기도 과천시 안보사 정문의 부대마크. [뉴스1]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능과 규모를 축소해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창설했다. 안보사는 기무사 시절을 포함해 현 정부 들어 간첩은 물론 국가보안법 위반자 검거 사례가 전무하다. 사진은 경기도 과천시 안보사 정문의 부대마크. [뉴스1]

간첩을 막는 방첩 활동이 주 임무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사)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간첩 적발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사는 기능과 조직 규모를 축소해 2018년 9월 재창설한 국군기무사령부의 후신이다.

최근 10년간 48명 송치…2017년 이후 실종 #"집권 5년차인데 0명…수사 안 한다는 뜻" #국정원·경찰 간첩 검거 2건…"전 정권서 수사" #100여개 단체 "현 정권 내 국보법 폐지" 나서 #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안보사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세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안보사(기무사 때 포함)는 2017년 이후 국보법 위반자를 검거해 군과 민간 검찰에 송치한 실적이 전무하다. 2011~2016년의 경우 해마다 적발해 총 48명(민간인 11명 포함)의 혐의자를 송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문민화 이후 들어선 김영삼 정부(90명)→김대중 정부(22명)→노무현 정부(9명)→이명박 정부(33명)→박근혜 정부(14명)에선 장병이 연루된 크고 작은 군 내 국보법 위반 사건을 꾸준히 수사해 송치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올해로 집권 5년차에 접어들 때까지 한 건도 없다.

역대 정부 군내 국가보안법 위반 검거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역대 정부 군내 국가보안법 위반 검거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안보사는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제한된다"며 "유관기관과 협조해 군내 간첩 등 국보법 위반자 검거를 위해 지속해서 내사ㆍ수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안보사 창설 후 군사기밀보호법(42명), 군형법(4명) 위반자 등 46명을 군ㆍ민간 검찰에 송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안보사의 해명에 군 안팎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지속해서 내사 중이라는 안보사 논리대로라면 지난 정부 때부터 장기 수사했던 사안에 대해서 지금쯤 결과물이 나와야 정상"이라며 "집권 5년차인데 0명이란 것은 자가당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해외정보 담당)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남북군사합의,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등 안보 허물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느 사회보다 엄격해야 할 군 내에서조차 간첩 잡기를 포기하는 상황은 국체(國體)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 정권부터 수사하던 간첩만 검거”

안보사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ㆍ수사기관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기로 한 경찰 등은 최근 간첩 검거 실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선 2018년과 2019년에 각 1건씩 검거 사례가 있다. 북한 정찰총국 요원이 승려로 위장해 침투한 사례 등이다. 그런데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건들은 지난 정권부터 수사하던 사안이어서 현 정부에서 수사를 착수해 검거한 사례는 아니다.

이 때문에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공수사는 손을 놓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공수사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간첩 신규 검거가 전무하다는 건 북한이 개과천선해 간첩을 보내지 않고 있거나 아니면 현 정부에선 국보법이 사문화됐다는 반증"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북 정보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국내ㆍ외 수사망과는 거리가 있는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고, 영장 청구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검찰마저 수사에서 빠지면 간첩 잡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민주노총, 민변, 전농,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100여개 단체는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을 출범시켰다. 이날 이들 단체는 10만명 국회 청원 등을 통해 9월까지 국보법 폐기 입법화를 요구하는 '대국회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국회에 이규민ㆍ김용민ㆍ김진애ㆍ김홍걸 등 여권 의원 15명이 발의한 국보법 개정안(제7조 찬양ㆍ고무죄 삭제)이 상정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신경 써왔던 단체들이 참여한 상황"이라며 "4·7 재보궐선거 직후 대선 모드로 돌입할 텐데 여권이나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세력들이 이런 요구를 마냥 나 몰라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염 전 1차장은 "미국 애국법, 독일 헌법보호법, 일본 파괴방지법 등 대부분 서방 국가들이 자유민주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선 출판ㆍ집회ㆍ결사ㆍ통신비밀 등의 자유를 제한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현 국회 개정안대로 찬양ㆍ고무죄 조항만 폐지돼도 교실에서 교사가 '김일성ㆍ김정일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가르쳐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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