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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맡겨도 연 1% 이자, 파킹통장에 113조 몰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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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상상인저축은행이 출시한 연이자 1.6%의 파킹 통장 ‘뱅뱅뱅파킹통장 369 정기예금’.

상상인저축은행이 출시한 연이자 1.6%의 파킹 통장 ‘뱅뱅뱅파킹통장 369 정기예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파킹통장’으로 몰리고 있다. 파킹통장은 잠시 차를 주차하듯이 언제든지 돈을 넣었다가 뺄 수 있는 통장을 가리킨다. 은행권에선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 대표적인 파킹통장으로 통한다.

마땅한 투자처 못 찾은 뭉칫돈 #시중은행·인터넷은행·저축은행 #더 유리한 조건 내걸고 유치전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MMDA 잔액은 113조4378억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7조308억원(17.7%) 늘었다. MMDA에는 하루만 맡겨도 연 0.5~1%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 입장에선 정기예금 같은 저축성 상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대기 자금이 늘어난다. 올해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등을 앞두고 목돈을 잠시 맡겨두려는 고객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과 투자 시장을 관망하며 여윳돈을 잠시 맡기려는 소비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분기 공모주 청약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 등이 지난 9~10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결과 63조6200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들어왔다. 연초 주요 대기업의 성과급과 연말정산 환급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도 MMDA 잔액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들도 단기성 자금의 유치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세이프박스’, 케이뱅크는 ‘플러스박스’란 이름으로 일종의 파킹통장을 선보였다. 세이프박스의 한도는 1000만원, 플러스박스의 한도는 1억원이다. 예금금리는 플러스박스(연 0.6%)가 세이프박스(연 0.5%)보다 0.1%포인트 높다. 케이뱅크는 지난 1일부터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기존(연 0.7%)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주력 상품의 금리를 낮췄다는 건 은행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수신 목표치를 어느 정도 채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케이뱅크의 수신액은 지난달 6조8400억원이었다. 지난해 6월(1조8500억원)과 비교하면 270%가량 늘었다. 이 중 상당액이 플러스박스로 모아들인 자금이라고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저축은행도 파킹통장으로 자금 유치에 나섰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1일 ‘뱅뱅뱅파킹통장 369정기예금’이란 상품을 내놨다. 원래는 2년짜리 정기예금이지만 하루만 돈을 맡겼다가 해지해도 연 1.6%의 이자를 준다. 9개월 이상 돈을 맡기면 연 1.9%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 상품은 출시 사흘 만에 500억원을 모집했다고 상상인저축은행은 전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초 최대 300만원까지 연 2%의 금리를 주는 ‘페퍼룰루파킹통장’을 선보였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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