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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통감" 숨진 LH 前 본부장···함께 일한 3명은 수사 대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 13일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LH 직원들과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14일 “안타깝지만, 확인해야 할 것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12일 숨진 임모(56) 전 LH 전북본부장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임씨가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유서를 남긴 경위도 파악하고 있다.

전북본부장과 일한 직원, ‘원정 매입’ 의혹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서 이날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의 LH공사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가 팻말을 나무 묘목 앞에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서 이날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의 LH공사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가 팻말을 나무 묘목 앞에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등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화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2018년부터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2년간 LH 전북본부장을 지냈다. 경찰은 그가 정부 합동조사단(합조단)이 경찰에 수사 의뢰한 20명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살펴보는 땅 투기 의혹 관련 수사 대상자 100여명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임씨가 LH 전북본부장을 지낸 시기에 함께 일했던 직원 3명이 이번 투기 의혹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과 부동산 등기부 등에 따르면 LH 직원 3명은 2018~2019년 전북지역본부 근무 당시 광명·시흥시 땅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LH 경기지역본부 소속인 A씨는 2018년 2월 전북지역본부에서 총괄 업무를 하면서 광명시 노온사동의 전(밭) 992㎡를 3억1500만원에 샀다. 2018년부터 전북지역본부에서 일한 직원 B씨는 2019년 12월 광명시 노온사동의 임야 4298㎡를 6억5000만원에 샀다. 2016년부터 올해 1월까지 전북지역본부에서 일한 C 씨는 부인 등 3명과 공동명의로 2019년 6월 경기도 시흥시의 답(논) 3996㎡를 15여억원에 매입했다. C씨의 부인은 LH 경기지역본부 과천사업단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이들의 투기 의혹과 임씨의 사망이 관련된 것인지, 임씨의 유언과 연관돼 있는지는 향후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씨와 직원들 간 연관성이 있다면 그 부분도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임씨의 일부 유족은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 “토지대장 등 제대로 보면 아무런 잘못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특수본 “LH 의혹,가족·친인척까지 조사”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향후 경찰의 수사 범위는 확대될 전망이다. 경찰 중심으로 꾸려진 ‘부동산 투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조사 대상을 국토교통부·LH 등 관련 직원에서 그 가족과 친인척까지 넓힐 방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현재 내사·수사 중인 사건은 16건으로 대상자는 100여명이지만, 앞으로 친인척 차명 거래까지 파헤친다면 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합조단은 지난 11일 국토부(4500여명)·LH(9800여명)·지자체(6000여명)·지방공기업(3000여명) 등 직원 2만3000여명과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 조사 임무를 특수본에 넘겼다. 이럴 경우 조사 대상자만 1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합조단이 수사 의뢰한 20명 중 13명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다. 나머지 7명은 근무지 등 수사 관할을 고려해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2명), 경기남부청(3명), 경기북부청(1명), 전북경찰청(1명)에 각각 배당됐다.

지난 9일 LH 경남 진주 본사와 직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들어간 경기남부청도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휴대전화 등 압수물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LH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LH 직원 13명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의 포렌식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채혜선·이가람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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