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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맡겨도 연 1%'…길 잃은 113조원, 통장에 '파킹' 하다

중앙일보

입력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파킹 통장으로 몰리고 있다.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인 파킹 통장은 잠시 차를 주차하듯이 언제든지 돈을 넣고 인출할 수 있다. 얼핏 자유입출금 통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하루만 맡겨도 연 0.5~1%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갈 길 잃은 돈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적으로 특판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예금 통장. [셔터스톡]

예금 통장. [셔터스톡]

파킹통장 잔액 왜 늘었나

금융업계에 따르면 2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파킹통장 잔액은 113조437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17.7%(17조308억원) 늘었다.

언제든 돈을 인출할 수 있는 파킹통장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돈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 몰려든 자금(증거금)만 64조원에 이를 정도였다. 저금리에 따른 빚투 열풍으로 신용대출 등 가계 대출이 늘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연초 성과급과 연말정산 환급 등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대기 자금이 늘어나는데, 올해는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등을 앞두고 목돈을 잠시 맡겨두려는 고객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특판 상품을 출시하며 갈 곳 잃은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자유입출금 통장의 금리는 제로에 가깝지만, 파킹 통장은 은행에 따라 0.5~1%의 이자를 준다. 은행 입장에서도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금보다 낮은 금리로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목돈 싸게 유치하자” 공들이는 은행들

인터넷은행도 파킹통장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케이뱅크의 파킹 통장인 ‘플러스박스’는 최대 1억까지 자금을 맡길 수 있고 연 0.6% 금리를 준다. 최대한도 1000만원에 금리 0.5%인 카카오뱅크의 ‘세이프박스’보다 조건이 좋다. 케이뱅크 수신액은 지난 2월 기준 6조8400억원으로 지난해 6월(1조8500억원)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상당액이 플러스박스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다.

케이뱅크는 기존 0.7%였던 ‘플러스박스’ 금리를 이달 1일부터 0.6%로 낮췄다. 연초부터 주력 상품 금리를 낮췄다는 건 이미 수신 목표치를 채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파킹통장 금리는 자유입출금 통장보다 높지만, 정기예금보다는 낮아 (은행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 부담이 적다”며 “한마디로 은행(공급)과 투자 시장을 관망하며 여윳돈을 잠시 맡기려는 소비자(수요)의 요구가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1일 연이자 1.6%의 파킹통장 '뱅뱅뱅 파킹통장 369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1일 연이자 1.6%의 파킹통장 '뱅뱅뱅 파킹통장 369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저축은행도 파킹 통장으로 자금 몰이에 나서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1일 하루만 맡겨도 연 1.6% 금리를 주는 ‘뱅뱅뱅파킹통장 369정기예금’을 내놨고, 출시 3일 만에 500억원을 모집했다. 지난달 초 페퍼저축은행은 300만원(한도)까지 연 2% 금리를 주는 ‘페퍼룰루파킹통장’을 선보였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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