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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각 협력 복원 통해 ‘중국 압박’ 강화 나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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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호 06면

[SUNDAY 분석] 미 국무·국방, 일본 거쳐 방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 후 첫 외교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7~18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 후 첫 외교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7~18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2009년 2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국무장관이 된 힐러리 클린턴의 첫 해외 순방은 ‘파격’이었다.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아시아를 처음 방문지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일본·인도네시아를 거쳐 한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전까지 미국의 역대 국무장관들이 취임하자마자 향한 곳은 유럽과 중동이었다. 유럽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고 중동은 국제정세를 좌우할 전략적 요충지였다.

‘아시아 중시 정책’ 확고부동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한·일 선택 #한·미 2+2 회의, 북핵 문제 등 논의 #문재인 정부와 외교 협력 가늠자

오는 17일 방한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도 아시아로 정해졌다. 16~17일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렉스 틸러슨의 첫 해외 방문지도 동북아시아였다. 최근 미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 해외 순방지 네 곳 중 세 곳이 아시아인 셈이다. 〈그래픽 참조〉

이는 오바마 행정부 이후 아시아가 미 외교 정책 우선순위에서 유럽·중동 못지않게 중요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커진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시작된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 중시 정책)’가 미국의 확고부동한 외교 1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

오스틴 미 국방장관

하지만 포인트는 크게 달라졌다. 오바마 정부 때까지만도 중국에 대한 견제와 함께 협력도 강조됐다. 반면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주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대표적이다. 다음 주 방한하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가장 큰 관심사 또한 ‘동맹과 함께하는 중국 견제’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 조율과 한·일 관계 개선 등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함께 방한하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등을 한국 정부와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2+2(외교+국방) 장관 회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것으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2010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다가 트럼프 정부 들어 중단됐다. 그런 만큼 이번 회의는 한·미 모두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얼마나 긴밀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느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AP 통신은 “이번 아시아 순방의 가장 큰 목적은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압박”이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강조해 왔던 다자간 협력을 통한 중국 고립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백악관이 이달 초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도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글로벌 의제를 설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일 방문 후 인도를 찾는 것도 이 같은 기조에 따른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4대 해양 강국이 결성한 ‘쿼드(Quad)’ 멤버이자 중국의 강력한 역내 라이벌이다. 12일(현지시간)에는 미·일·호주·인도 등 쿼드 4개국 정상들이 화상 회의를 열고 결속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미국이 쿼드 참여국을 늘려 ‘쿼드 플러스’로 확장을 꾀하고 나서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쿼드 플러스에 참여할 경우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에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에 대해 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는 “미국이 원칙적으로 한국에 쿼드 플러스 참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강하게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동맹인 한국과의 갈등이 불거질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우리 정부도 ‘다른 나라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고 강조한 만큼 나름의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이 동시에 방한하는 만큼 북핵 등 대북 정책 공조 현안도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을 통해 북한에 대한 기본 시각을 밝힌 상태다. 지침에는 “북한과 이란은 판도를 뒤집는(game-changing) 능력과 기술을 추구하며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고 역내 안정을 위태롭게 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로 인한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한·일 양국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CNN은 “한국과의 대북 정책 논의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관심사”라며 “그동안 한국은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강조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 수립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만큼 이번 2+2 회의에서는 서로에 대한 탐색전과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의견 교환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에 대한 고도의 전략적 재검토가 이르면 4월 중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정책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악화일로에 있는 한·일 관계는 미국에도 적잖은 부담이다. 따라서 이번 2+2 회의에서는 한·일 갈등 해소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망가진 동맹 관계를 회복하고 아시아에서 강력한 리더로서의 위상을 되찾는 데 있어 한·일 갈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일 관계를 복구해 한·미·일 삼각 협력을 단단히 구축하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외교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며 “지난달 열린 한·미·일 외교 당국자 회의도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자리였다”고 분석했다. 한국과의 동맹을 린치핀(linchpin·핵심축), 일본과의 동맹을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이라고 여기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된 만큼 전작권 전환 등 현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작권이 조기에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군 대비 태세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선행돼야 하지만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으로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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