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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북·중·이란 등 적대국엔 가차 없는 ‘강경 원칙주의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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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호 06면

[SUNDAY 분석] 미 국무·국방, 일본 거쳐 방한

17일 방한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강경파’다. 특히 북한·중국·이란 등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가차 없다. 외교가에서도 강한 압박을 앞세우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원칙주의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이든 최측근 외교 전문가 #중 외교 라인과 18일 첫 회동

북한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9월 방송 대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라고 칭하고 북한을 “세계 최악의 수용소 국가”라고 규정하는 등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3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외교 정책 연설에서는 중국에 대해 “21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시험이자 안정된 국제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경제·군사적 힘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0일 하원 외교위에서는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 달러와 관련해 해제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이 핵 합의 의무를 준수하기 전까지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결된 자금 중 10억 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란 이란 정부의 발표를 한마디로 일축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낼 때 외교 정책 수석보좌관을 맡았다. 오바마 행정부 때는 국무부 부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바이든 대통령 의중을 꿰뚫고 있는 인사로 꼽힌다. 바이든의 ‘복심’을 넘어 ‘또 다른 자아(Alter ego)’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경력에서 보듯 동북아 정세를 비롯한 외교 정책 전문가로서 국제 무대에서도 잔뼈가 굵은 만큼 그를 상대하는 국가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의 적성국뿐 아니라 동맹인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1일 하원 외교위에서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낼 때가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노력과 미국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와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답변이다.

이런 그가 오는 18일엔 알래스카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다. 한국과 일본을 순방한 직후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미 지난달 양제츠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도 날 선 대화를 나눴다. 당시 그는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 인권 문제를 비롯해 미얀마 군사 쿠데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독단적인 군사 행동 등을 강하게 비난하며 “동맹국들과 함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알래스카 회동은 한·일을 순방한 뒤 중국 외교 책임자를 만나는 자리인 만큼 대중 압박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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