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에 박형준 딸까지 소환…민주당 혼신의 '의혹 지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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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10일 보도된 MB정부의 4대강 사업 반대인사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김현동 기자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10일 보도된 MB정부의 4대강 사업 반대인사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김현동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야권 후보 관련 의혹들을 제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엘시티(LCT) 특혜분양 의혹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이명박(MB) 정부 불법사찰 연루설 등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고리로 공세를 취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박 후보 딸 입시 비리 의혹까지 제기하며 “준비된 게 더 있다”(민주당 당직자)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정권심판론을 약화시키고 열세 판도를 뒤집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이 본격 가동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5년 만에 등장한 엘시티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를 둘러싼 의혹은 2016년 7월 검찰 수사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실질소유주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다. 2017년 3월 종결된 검찰 수사를 통해 현기환 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 12명이 구속기소됐다. 로비 용도로 쓰인 특혜분양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부산 해운대 소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 전경. 2017년 검찰은 엘시티 사업 비리와 관련해 12명을 구속기소했다.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 소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 전경. 2017년 검찰은 엘시티 사업 비리와 관련해 12명을 구속기소했다. 연합뉴스

보궐선거 한 달을 앞두고 엘시티 의혹이 갑자기 불거진 건 지난 8일 한 언론이 ‘특혜분양 100여명 리스트’ 존재설을 보도하면서다. 그러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명단 공개와 공수처 조사가 필요하다”(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라거나, “리스트를 공개하라”(조국 전 법무부 장관)고 호응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까운 석동현 변호사 관련설을 제기하며 “윤 전 총장은 엘시티 관련 ‘윤석열 패밀리 연루 의혹’에 어떤 입장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 의혹이란 대형 악재를 희석시킬 기회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권의 부동산 투기와 부정부패 물타기”(서병수 의원), “국민의힘 정치인 중 엘시티로부터 특혜 분양을 받은 사람은 없다”(하태경 의원)고 맞대응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엘시티 건은 묘한 시기에 등장해 유권자들도 ‘선거용’이란 의심이 들 것”이라며 “다만 부산 정관계를 크게 흔든 이슈여서 민주당 입장에선 박 후보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MB정부 4대강 사찰에 반색한 與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의혹은 지난 2월 언론보도를 통해 불거졌다. 당시에도 여권은 MB정부 청와대 홍보기획관(2008년)·정무수석(2009~2010년)을 지낸 박 후보를 겨냥했다. 하지만 연루설을 입증할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고 박 후보가 강하게 부인하면서 차츰 동력을 잃었다. 게다가 적폐청산의 고리가 된 2017년 국정원 사찰문건의 ‘재탕’ 성격이 짙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MB정부 사찰 의혹에 "박형준 후보가 분명히 밝혀야한다. 정말로 MB정부 불법사찰을 몰랐다면 허수아비를 자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봉근 기자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MB정부 사찰 의혹에 "박형준 후보가 분명히 밝혀야한다. 정말로 MB정부 불법사찰을 몰랐다면 허수아비를 자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0일 한 언론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반대인사를 사찰한 문건에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란 문구가 있었다”고 보도하자 여권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공개됐다”(김두관 의원)며 반색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인사는 “후보 등록 전 선거판을 바꿀 카드”라고 해석했다. 이와관련 국민의힘은 “철 지난 정치공작”(권성주 부산선대위 대변인)이라고 반박했고 박 후보 다음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내가 부산시장에 출마했으면 ‘정진석 문건’이 나왔을까”라고 반문했다.

정치평론가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불법사찰 건은 진보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지만 보수층이 박 후보 지지를 거둘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의 단절을 바라는 보수 유권자들은 박 후보 연관설에 투표 여부를 고민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자녀 입시비리 꺼낸 민주

민주당 ‘부산지역 정·관·경 토착 비리 조사 특위’ 소속 장경태 의원은 박 후보 딸의 2008년 홍익대 미대 입시 비리 연루 의혹을 11일 제기했다. 장 의원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당시 채점위원이었던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는 2000년 즈음에 박 후보의 부인이 딸과 함께 실기시험이 끝나고 찾아와 ‘잘 봐달라’, ‘우리 딸 떨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는 청탁이 있었다고 한다”며 “떳떳하다면 자녀 인적 사항, 홍대 입시 응시 여부 등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라”고 주장했다. 특위 소속 의원은 “박 후보 관련 다른 의혹도 순차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딸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 뉴스1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딸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 뉴스1

이와관련 박 후보 측 인사는 “관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법적 책임을 단호하게 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어 중도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해 지지층 간의 맞대결 양상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권심판론 의지가 강한 부산에선 되레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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