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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파문 속…조국 "엘시티 특혜분양 리스트 공개" 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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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전경. 뉴스1

엘시티 전경.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시티(LCT) 특혜분양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부산을 뒤흔들었던 LCT 개발비리의혹은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내용으로 이미 관계자들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이 당시 로비를 위한 특혜 분양 리스트가 있었다며 의혹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부산시장 선거용 물타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與서 다시 꺼내든 해운대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언론은 당시 입수한 부산 해운대 LCT 특혜 분양 리스트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튿날인 9일에도 “LCT 특혜분양 명단 공개하고 공수처가 조사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같은 날인 9일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 한동훈 검사장이 의혹을 덮었다’는 주장이 퍼졌다. 한 경제신문 기자가 자신의 SNS에 ‘“LH투기 수사는 망했다, 한동훈이 했다면”…검찰수사관의 한탄’이라는 기사 캡쳐와 함께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 초반에 대대적으로 압색해야 한다고 그렇게 잘 아는 윤석열이는 왜 엘시티에선 아무것도 안했대?”라고 적었다.

이에 한 검사장이 곧바로 “수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016~2017년 부산지검의 LCT 수사 당시 자신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서 국정농단 수사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과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과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한 검사장은 2016년1월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맡아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를 맡았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LCT 수사에 착수한 직후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 윤석열 전 총장은 2016년 1월~2017년 5월 대전고검 검사로 있으며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은 바 있다.

당시 LCT 수사는 윤대진 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부산지검 2차장, 임관혁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장이 부산지검 특수부장이자 주임검사로 수사를 이끌었다. 당시 부산지검장은 황철규 국제검사협회(IAP) 회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檢 2017년 정관계 로비 수사, 특혜 분양은 확인 안 돼

LCT 수사는 지난 2016년 7월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조용한)가 압수수색을 하며 본격화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특수부 검사 5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수사팀을 확충해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가 사건을 넘겨받았다. 이듬해인 2017년 3월 검찰은 이 회장 등 12명을 구속기소를 하는 등 총 24명을 기소하면서 마무리했다.

LCT 의혹은 해운대 해수욕장 앞이라 당초 주거시설 개발이 불가능한 ‘중심지 미관지구’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 미관지구’로 변경해 LCT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산시 및 정치권에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핵심이다. ‘부산 건설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이영복 회장이 이 로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 사건의 주요 피고인들은 2018년 줄줄이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영복 회장은 700억 원이 넘은 회삿돈을 빼돌리고 정관계 유력인사에게 5억 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로 2018년 8월 징역 6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 6월형이 확정됐다.

다만 고교 동창을 통해 이 회장으로부터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같은 해 4월 무죄가 확정됐다. 허 전 시장의 고교 동창인 이모 씨 진술의 신빙성에서 판단이 갈린 것이다.

부산 선거 앞두고 '분양 리스트' 재등장…野 "LH 물타기" 

그런데 2년여 만에 여권발로 4·7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LCT 특혜분양 로비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온 셈이다.

특혜분양 의혹은 부산참여연대가 2015년 10월 말 이 회장이 분양권을 로비 수단으로 썼다며 우선 분양자 등 43명을 고발한 게 발단이다. 부산지검은 지난해 11월 이 회장 아들과 하청업체 사장 등 2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나머지 41명은 증거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 부산경찰청에 "전·현직 국회의원과 검사장, 법원장, 유력 기업인 100여명의 이름이 담긴 LCT 특혜분양 리스트가 있다"라는 진정서가 접수되면서 경찰이 다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지검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참여연대가 2015년 당시 고발한 우선 분양 계약자 43세대엔 소위 '특혜분양 리스트'에 있다는 전·현직 의원이나 전직 장관, 검사장, 고위 공직자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경찰의 LCT 특혜분양 리스트 수사에 야당은 ‘물타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측의 물타기나 이런 것과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며 “부산 엘시티 문제는 야당은 전혀 관계가 없고,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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