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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방사능 피해는 '현재 진행형'

중앙일보

입력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재1원전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재1원전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10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쳤다. 원전의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원전 내부의 핵연료를 식히지 못해 폭발로 이어졌고, 결국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됐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는 1만 6000여명, 이중 후쿠시마 원전 관련 사망자는 3500여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지진‧쓰나미와 달리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는 긴 시간에 걸쳐 지속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을 맞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4일 펴낸 보고서에서 “핵 재난으로 인해, 주민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고향이던 삶의 터전과 가족, 지역 사회 그리고 건강과 재산을 잃었다”고 밝혔다.

① 여전히 피난 상태인 주민들 3만 6192명 + @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현 도미오카마치의 귀환곤란구역에 있는 '특정폐기물보관소'에 각종 폐기물이 산적해 있다.   이곳에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 주민들이 피난한 뒤 일대의 각종 시설물에서 철거한 폐기물 등이 임시로 보관돼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현 도미오카마치의 귀환곤란구역에 있는 '특정폐기물보관소'에 각종 폐기물이 산적해 있다. 이곳에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 주민들이 피난한 뒤 일대의 각종 시설물에서 철거한 폐기물 등이 임시로 보관돼 있다. 연합뉴스

10년이 지났지만 원전 사고의 여파로 3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2011년 사고 당시 16만 4000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지난 2021년 1월 현재 후쿠시마 현 안팎에 여전히 피난 상태에 있는 이들이 3만 619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정부의 명령에 따라 거주지를 떠난 사람만이 집계된 수치다. 스스로 위험을 피해 멀리 떠난 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고 초기인 2011년 12월부터 피난 구역이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위험을 피해 이주하는 주민들에게 비용을 일부 지원했지만, 2017년 지원을 중단하면서 공식 집계되는 피난민의 수도 크게 줄었다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2017년 마지막으로 기록된 '자발적 피난민'은 1만 524가구, 2만 6601명이다.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재팬 캠페이너는 “사실상 피난중인 사람들이 있지만 행정적으로는 피난민이 아닌 것으로 분류한다. 이는 UN의 ‘국내 피난민에 관한 보호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일본정부는 피난민들의 귀환을 강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세계원자력기구(IAEA)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반인이 노출되어도 건강에 크게 이상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선 용량은 1년에 1mSv(밀리시버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연 20mSv까지는 괜찮다"며 20mSv를 기준으로 피난 명령을 해제했다.

②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자 누적 3000만명…계속 늘어난다

지난 6일 후쿠시마현 이다테무라에 방사능에 오염된 흙과 풀을 담은 검은 자루가 쌓여있다. 윤설영 특파원

지난 6일 후쿠시마현 이다테무라에 방사능에 오염된 흙과 풀을 담은 검은 자루가 쌓여있다. 윤설영 특파원

2018년까지 후쿠시마 원전과 주변 지역의 제염 작업(오염 제거)에 투입된 사람은 연인원 3000만명이 넘는다. 원전 사고 제염 작업은 강한 방사능 때문에 한 사람이 긴 시간 작업할 수 없어, 더 많은 사람을 짧은 시간 교대로 투입해야 하기에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 UN 인권특별보고관은 “제염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으로, 보호장구도 부족하고 피폭 위험에 대한 교육도 부족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린피스는 "귀환곤란구역으로 지정된 나미에 지역에선 제염 작업자들이 고준위 방사선에 피폭된 사실이 확인됐고, 더 강한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제염이 확대되면 한층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동자들이 투입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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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귀환곤란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 최근 일본 정부 기준치의 5배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조피볼락에서 나오면서 이 어종의 출하가 중단됐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 최근 일본 정부 기준치의 5배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조피볼락에서 나오면서 이 어종의 출하가 중단됐다. 연합뉴스

방사능 오염 정도가 심각해 ‘귀환곤란지역’으로 지정된 곳에도 현재 사람이 살고 있다. 2021년 1월 기준으로 나미에는 등록인구 1만 6681명 중 1579명이 살고 있고, 이타테는 등록인구 6509명 중 1255명이 살고 있다. 후쿠시마 현의 나미에·이타테 등 7개 구를 ‘귀환곤란지역’으로 지정했던 일본 정부는 이들을 2023년까지 모두 지정해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그린피스는 귀환곤란구역의 제염 계획이 역부족한 상황이라 향후 수십년간 주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직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피해는 초기단계에 불과하고, 정부가 ‘오염 제거가 완료됐으니 주민들은 귀환해도 된다’고 말하는 건 명백한 거짓”(스즈키 카즈에 캠페이너)이란 비판이다.

그린피스 장마리 기후에너지캠페이너는 “‘아직도 10년 전 이야기를 계속하냐’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후쿠시마 주변에서는 기준치의 수십배가 넘는 방사성 핫스팟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며 “인간의 시간과 기술로 원전 사고를 당장 수습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 사고로 인한 (본격적인) 피해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다음 세대까지 위험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결정, 비현실적인 폐로 계획 등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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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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