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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올림픽 D-200, 성화 출발지 방사능 핫스팟 발견, 문제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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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12월 2020 도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으로 사용될 국립경기장 준공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020 도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으로 사용될 국립경기장 준공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7일로 2020 도쿄올림픽이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7월 24일 개막하는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는 80일 뒤인 3월 26일 첫 불을 밝힐 예정이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임박했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비롯된 일본 내 방사능에 대한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일본 내 시민단체나 국제 환경단체는 계속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올림픽 경기나 행사가 열리는 주요 지점들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할까? 일본 정부, 국제 환경단체와 일본 시민단체의 방사능 측정치 등을 지역별로 따져봤다.

원전서 10㎞ 떨어진 J 빌리지에 '핫스팟' 

오는 3월 26일 도쿄올림픽의 봉화가 출발하는 곳은 일본 축구대표팀 전용 훈련 시설인 J빌리지다. 첫번째 성화 봉송 주자인 일본 여자 축구대표팀이 출발할 예정이다.

이 곳은 후쿠시마 현의 원자력발전소 남쪽 10㎞ 지점에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지은 시설로 지난 2011년 원전 사고 발생 당시 피폭을 우려해 운영이 중단된 적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주요 경기장과 후쿠시마 원전 사이의 거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림픽이 열리는 주요 경기장과 후쿠시마 원전 사이의 거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곳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할까. 지난해 10월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J 빌리지 주변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했는데, 주차장 인근 잔디밭에서 '핫스팟'(방사능 농도가 매우 높은 지점)을 발견했다. 당시 측정치는 71μSv/h였다. 일본 정부가 오염 지역의 흙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은 대기 중 방사능 농도를 0.23μSv/h(연간 2mSv)까지 낮추는 게 목표인데 이를 훨씬 넘겼다.

지난해 12월 재조사한 결과, 두 달 전 발견된 핫스팟은 제염 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측정에도 행인들이 다니는 주차장의 방사능 농도가 여전히 3.4μSv/h로 제염 목표의 15배나 됐기 때문이다. 연간 31mSv로, 독일 등에 비해 느슨한 일본 기준(20mSv)으로도 주민을 대피시켜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의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핫스팟이 발견되면 당장 그곳만 제염하는 식의 ‘두더지 잡기’가 반복되고 있다”며 “J 빌리지 전체가 위험한 지역인데,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성화 봉송과 같은 큰 이벤트를 여는 건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야구, 소프트볼 경기가 열릴 예정인 아즈마 구장은 산으로 둘러싸여있다. [구글맵 캡쳐]

야구, 소프트볼 경기가 열릴 예정인 아즈마 구장은 산으로 둘러싸여있다. [구글맵 캡쳐]

97㎞ 거리 아즈마 야구장, 태풍 닥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야구와 소프트볼 일부 경기를 후쿠시마의 아즈마 야구장에서 열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97㎞ 거리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미야기현의 미야기 축구장은 약 118㎞ 떨어져 있다. 사고 원전과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인기 종목 경기가 벌어진다.

이들 구장 인근에서 측정된 방사능 수치는 공개된 자료가 드물었다. 아즈마 야구장을 관리하는 공원화협회가 매달 측정하는 방사능 수치를 확인한 결과 대체로 0.2μSv/h 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10월 원전으로부터 약 20㎞ 떨어진 나미에 마을을 측정한 결과 방사능 농도가 최고 90μSv/h(10㎝ 높이)에 달했다. 접근금지구역인 이곳은 숲 근처에 있는데, 제염작업을 했지만, 비가 오면 숲에서 제염되지 않은 흙이 흘러내려 와 농도가 높아진다.

그린피스 측은 "아즈마 야구장도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에 있고, 올림픽 기간은 태풍과 비가 잦은 시기"라고 우려했다. 올림픽 기간 방사능에 오염된 흙이 경기장 주변으로 흘러 내려올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지난해 태풍 하기비스가 지나간 뒤 제염 작업을 마친 곳의 방사능 수치가 2000배 정도 증가한 사례가 있다.

 2019년 상반기 방사능 오염 지도. 도쿄 북쪽까지 방사능 농도가 후쿠시마 주변 지역만큼 높아진 모습이 보인다. [자료 틸만 러프 멜버른대 교수]

2019년 상반기 방사능 오염 지도. 도쿄 북쪽까지 방사능 농도가 후쿠시마 주변 지역만큼 높아진 모습이 보인다. [자료 틸만 러프 멜버른대 교수]

244km 떨어진 도쿄는 1μSv/h 미만

도쿄올림픽은 도쿄 신주쿠의 ‘신국립경기장’과 함께 전국 42개 경기장에서 33종목 339개 금메달을 놓고 경기를 치른다. 42개 경기장 중 야구‧소프트볼(아즈마 구장), 축구(미야기 구장‧삿포로 돔)를 제외한 39곳은 도쿄 주경기장에서 2시간 이내에 있다.

도쿄 주경기장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244㎞ 떨어져 있다. 방사능 유출 지역과는 어느 정도 떨어진 편이라 비교적 방사능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핵단체 인사들은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반핵단체 '핵무기철폐 국제캠페인(iCAN)'의 틸만 러프 회장(호주 멜버른대 교수)은 지난해 11월 "현재 방사능이 치바·사이타마 등 후쿠시마 서쪽, 남서쪽으로 뻗어있을 뿐 아니라 도쿄 북쪽도 오염도가 높다"고 밝혔다. 도쿄 시민들이 직접 채취·측정한 흙에서 0.443μSv/h의 방사능이 측정된 적 있다.

 음식, 흙, 물 등의 방사능 측정치를 공개하는 일본 시민단체 '모두의 데이터'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음식, 흙, 물 등의 방사능 측정치를 공개하는 일본 시민단체 '모두의 데이터'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정부 불신에 ‘셀프 측정’ 나선 일본인들

도쿄 올림픽을 둘러싸고 방사능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정부의 제한된 정보 공개다. 일본 정보는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말을 반복할 뿐 후쿠시마 지역의 구체적인 방사능 데이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를 불신하는 일본인들은 직접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주변 지역을 측정하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 지역별로 결성된 시민단체들이 주민이 측정한 방사능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지역 보건당국이 측정한 수치를 공개한다. 가장 유명한 단체인 '모두의 데이터'는 음식·흙·물에서 측정한 자료를 모아 지도로 제공한다.

실시간 수치. 단위는 그레이(Gy). 시버트(Sv)와 다르게 인체 영향 고려 없이 단순 선량 비교만 하는 값. [도쿄시 보건국 홈페이지 캡쳐]

실시간 수치. 단위는 그레이(Gy). 시버트(Sv)와 다르게 인체 영향 고려 없이 단순 선량 비교만 하는 값. [도쿄시 보건국 홈페이지 캡쳐]

국제 환경단체도 일본 정부의 정보 공개와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의 장마리 캠페이너는 "일본 정부는 여전히 방사능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올림픽을 후쿠시마 재건에 활용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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