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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사내 소통 활성화가 기업의 사활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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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대표·위기관리 전문가

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대표·위기관리 전문가

국내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를 극복하더라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고, 코로나 이전으로 온전히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로 노동 현장 크게 변화 #사회적 대화에 충실한 노사관리를

무엇보다 노동 현장의 위기와 변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급진적 정책을 많이 추진했다. 주 52시간 노동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 추진된 정책마다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정책들은 제도적 변화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기업들에 크나큰 숙제를 안겨줬다.

코로나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동 현장에 더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비대면 방식의 근무 형태가 확산하면서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가 일반화되고, 근로 형태와 근로 시간이 유연화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논의만 했던 제도가 코로나 사태로 갑자기 현실이 된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응해 구성원들의 직장 내 역할과 책임의 분산, 수평적 기업 문화의 형성  등을 놓고 많은 기업이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기업이 경영의 어려움으로 사업과 인력을 조정하리라 예상된다. 많은 기업이 고용 안정이라는 정부 방침에 맞춰 고용 조정을 자제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오히려 고용 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

더욱이 1990년대 출생한 새로운 세대가 노동 현장에 들어오고 있다. 이 세대는 역사상 외국어를 가장 잘하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수평적 사회구조를 주장하는 새로운 인류다. 이들의 눈에는 1980년대 생들도 ‘젊은 꼰대’로 비친다.

노동 문제의 바탕에는 숫자를 넘어서 인간의 가치와 감정이 짙게 깔려있다. 그래서 변화 과정에서 기업 경영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소통이다. 축구 경기가 마음대로 안 될 때 감독이 선수들에게 “경기장에서 서로 대화하라”고 촉구하는 광경을 종종 본다. 개인과 축구팀을 넘어서 기업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는 첩경이다. 사람은 곤경에 처했을 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과 대화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는다. 어려움 극복을 위한 방안과 실행은 새로운 마음 먹기에서 출발한다.

조직을 사람에 비유하면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마음을 새롭게 먹기 위한 자기와의 대화다. 기업은 기업의 당면 과제, 직원들의 행복과 기업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근로 형태 등에 대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지속해서 실행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는 ‘사업 보국’의 대의를 목표로 했고 애국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이후에는 한국사회의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사회공헌,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면서 기업 밖과의 대화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지금 기업들은 정부의 노동 우선 정책, 감염병 사태, X세대와 Y세대와는 다른 Z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등 새로운 변화의 물결 속에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지금까지의 노사 관리와는 질적으로 다르고 훨씬 세심한 기업 내부의 대화, 즉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진력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가 기업 경영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상황에서 사내 대화는 더더욱 중요하다. 사내 대화가 직원의 자존감과 기업 성과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대표, 위기관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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