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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BTS가 인공지능 시대에 일깨워준 교훈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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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부구욱 와이즈유(영산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부구욱 와이즈유(영산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불린다. 인공지능(AI)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고급 판단과 예측도 대체하고 있다. ‘알파고’와 인간이 겨룬 바둑에서 그런 현상이 예상보다 빨리 온다는 징후를 읽었다.

인간 본연의 근본적 가치를 조명 #대한민국 헌법 가치 재인식해야

인간 대표 이세돌은 다섯 차례의 대국 중 단 한 차례 승리라도 거뒀지만, 더 진전된 소프트웨어인 ‘알파 제로’와의 대국에서는 바둑의 고수 중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대부분 영역에서 최고 전문가보다 더 정확하고 전문성을 갖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필자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근래 BTS의 노래를 접하고 가사의 내용과 일체가 된 음악성에 매료됐다. 일반 팬은 물론 지식인층까지 열광케 한 BTS의 인기 비결에 의문을 갖다가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BTS는 앨범 ‘Love  Yourself’에 실린 DNA와 Fake Love 같은 노래에서 ‘내가 보고 있는 나 자신이 진짜인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이 자기 발견에 관한 근본 문제를 다룬 사실을 특별히 주목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의 지식·경험과 그로부터 판단할 수 있는 것, 즉 지식기반사회의 범주를 넘어선 영역을 준비해야 한다. 지혜에 속하는 이 영역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본연으로 돌아가 인간적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인간의 자기 발견, 자아실현을 향한 세계사적 흐름이 BTS를 통해서도 감지되고 있다. 위 앨범의 노래들과 자기 내면을 향한 BTS의 연이은 인기곡들을 통해 현재 수십억 명의 인류가 이러한 철학적 담론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본연으로 돌아가야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도 당연한 일이지만, 우선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고 본연의 가치와 모습을 찾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식과 주장이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자기 정체성에 충실하지 못한 국가와 사회는 망망대해를 좌표 없이 항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길을 잃기 쉽다.

국가와 사회의 정체성은 그 나라 헌법에 담겨 있다. 헌법은 한 국가의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과 자손의 안전·자유·행복을 국가 목표로 제시한다. 그 목표로 가는 길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채택됐고(헌법 전문), 그 내용으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원칙이 규정됐다.

당연히 모든 입법은 헌법이 규정한 국가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당면한 구체적 문제 해결에 집착한 나머지 급하게 도입하는 정책이나 입법이 위와 같은 국가 목표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 항상 점검해야 한다. 주변국과의 역학 관계에서  국가 안전 보장은 경제 발전을 통한 경제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쪽으로 가는 길도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원칙에 위배될 수 없다.

이 원칙은 완벽한 인격과 경륜을 가진 지도자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인류의 오랜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것인 만큼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으로 경제 발전이 보장되는 가운데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조세 정책도 정립돼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지구촌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 예상된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부의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이다. 그런데도 변화 준비의 수준과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는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 준비는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국가와 사회의 기본 체제를 다시금 인식하고 정비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세계사적 전환기를 맞아 인간이 본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국가와 사회도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다.

부구욱 와이즈유(영산대) 총장·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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