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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꿈’ 시각장애인 “교사가 학대” vs “교본대로” 진실 공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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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성악가를 꿈꾸던 시각장애인 소녀가 성인이 된 뒤 학교에서 자신에게 음악을 가르친 스승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스승은 “제자의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해 지도했을 뿐 학대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중2 때부터 정서·신체적 학대 주장 #두려움 탓에 뒤늦게 고소장 제출 #교사 “열정 다해 제자 지도했을 뿐 #신체 접촉 있었지만 폭행·폭언 없어”

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시각장애 1급인 A씨(25·여)는 지난해 12월 9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전북의 한 특수학교 음악교사 B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1월 A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용빈 변호사는 “B교사가 2010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복지시설 예배실과 중등부 건물 3층 회의실, 체육관 등에서 성악 수업을 하던 중 A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1996년 3월부터 2019월 2월까지 모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살며 학교를 다녔다. A씨 측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B씨에게 성악 수업을 들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만큼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복부나 광대뼈 부위를 주먹으로 때렸다”고 했다. 또 “B교사는 ‘노래를 하면서 입을 제대로 벌리지 않는다’며 입을 주먹으로 때리는가 하면 손을 입에 강제로 밀어 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A씨는 눈이 보이지 않아 언제 주먹이 날아올지 모르는 공포심에 하루하루를 견뎌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 측은 “B교사가 복지시설 내 한 회의실에서 A씨에게 수영복을 갈아입게 한 뒤 노래 연습을 하게 했다”며 “당시 유리로 된 회의실 문 밖에는 남자 교사 2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소리를 제대로 못 낸다’며 더운 여름에 운동장을 매일 뛰면서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윗몸일으키기를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A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14년 7월 몸에 이상 증세가 발생했다”며 “B교사만 보면 몸이 떨리고 경직돼 말을 할 수 없는 실어증 상태가 됐으며, 이후에도 불안장애와 신체적 학대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뒤늦게 학대 주장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A씨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었고, B교사에 대한 두려움 탓에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반면 B교사는 전북교육청 조사에서 “음대에 가서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A씨의 음악적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근무 시간 외에 개인 시간과 사비를 들여 성악을 가르치고 각종 대회와 외부 행사에 데리고 나갔다”며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B교사는 또 “교본대로 발성법과 호흡법 등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거나 목과 배 등 신체적 접촉은 있었지만,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언과 욕설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A씨에게 수영복을 강제로 입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내 체조복을 입힌 적이 있지만, 교본에 나오는 지도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복식 호흡에 필요한 배의 힘이나 체력을 기르게 하기 위해 윗몸일으키기나 달리기를 시킨 적은 있지만, 괴롭히려고 한 게 아니다”고 했다. B교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 일로 충격을 받아 현재 휴직 상태”라며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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