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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만에 교체… U-22 의무 출전은 독일까 약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축구 울산 김민준(왼쪽)은 6일 광주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트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울산 김민준(왼쪽)은 6일 광주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트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1 시즌 초반, 이색 장면이 연거푸 나오고 있다.  수원FC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시즌 개막전에서 선발 출전한 22세 이하(U-22) 선수 2명을 킥오프 20분 전후로 모두 다른 선수로 바꿨다. 전북 현대도 개막전 후반전에 주전 골키퍼 송범근 대신 19세 김정훈을 출전 시켰다. 지난 주말 2라운드에서도 수원FC는 전반 19분 만에 조상준(22), 이기혁(21)을 뺐다. 성남FC도 전반 20분 만에 전승민(22)을 벤치로 불러 들였다.

기대주 육성 위해 도입한 로컬룰 #일부서 주전 체력비축 위해 전용

이처럼 황당한 광경이 속출한 건, 올 시즌 K리그1에 새로 도입된 ‘U-22 선수 의무 출전 규정’ 때문이다.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코로나19 시대에 교체 선수를 5명으로 확대하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유망주 육성과 연계해 내놓은 로컬 룰이다.

로컬 룰에 따르면 U-22 선수는 1명 이상 선발로 나서야 한다. 18명 엔트리에 U-22 선수가 2명 이상 포함되면, 교체는 5명까지 가능하다. U-22 선수가 1명만 선발이면, 1명이 교체 투입돼야 5명을 교체할 수 있다. 요컨대 U-22 선수 2명이 그라운드를 밟아야 5명까지 교체할 수 있다. U-22 선수가 교체 투입되지 않으면 3명만 교체 가능하다. 선발로 한 명도 나서지 않으면 교체는 2명까지 줄어든다.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룰이다. 그런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감독은 일단 U-22 선수 2명을 선발로 내보내 의무 출전 조항을 충족한 뒤, 곧바로 주전으로 바꾸는 꼼수를 쓴다. U-22 선수들은 ‘주전의 체력 비축용’으로 20분 정도만 뛴다.

김병수 강원FC 감독은 “15분 만에 2명을 교체하는게, 어린 선수를 키우는 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정도 복잡하고, 취지에도 맞지 않다. 젊은 선수가 적거나 1부 잔류가 목표인 팀은 U-22 선수를 조금이라도 덜 기용하려고 머리를 쥐어 짠다.

프로축구 수원 FC 이기혁(왼쪽)과 조상준.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수원 FC 이기혁(왼쪽)과 조상준. [사진 프로축구연맹]

물론 유망주 육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주장도 있다. 2라운드에서 울산 현대 김민준(21)과 인천 구본철(21)이 프로 데뷔 골을 터트렸다. 2라운드까지 U-22 선수 33명이 출전했다. 이 중 13명이 프로 데뷔전이었다. 그중 신인은 9명인데, 지난해(4명)의 2배가 넘는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김민준과 강윤구(19) 등을 충분히 뛰게 했다.

프로연맹이 2013년부터 젊은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보완하며 시행해왔다. 이동준(24·울산), 엄원상(23·광주FC) 등은 이를 통해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연령별 국가대표팀에도 도움이 됐다.

김환 해설위원은 “현 제도가 취지에 100% 부합하지는 않다. 결국 어린 선수가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고, 유스팀과 B팀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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