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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적고 더 많이 잘렸다, 불안한 여성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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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3시스탑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8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8 여성의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 노동자의 가난과 불안 해소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시스탑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8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8 여성의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 노동자의 가난과 불안 해소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었던 지난해 고용 충격이 여성에게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 탓이다. 또 여성의 낮은 경제 활동은 미래 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여성 취업 감소, 남성의 1.7배 #임시직 비중도 30%, 남성의 2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60% 그쳐

‘여성의 날’인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여성 취업자는 전년 대비 13만7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 감소 폭(8만2000명)의 1.67배 수준이다. 15~64세 여성 고용률은 56.7%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불안한 임시직 비중은 남성이 15.5%, 여성은 30.2%였다.

또 지난해 40만5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하며 피해가 컸던 3개 업종(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에서 줄어든 취업자 중 62%인 25만1000명이 여성이었다. 남녀 간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와 함께 여성의 일, 남성의 일로 나뉘는 성별 직종 분리 문제가 여성 일자리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일자리일수록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런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전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퇴직 경험한 여성

코로나19 시기 퇴직 경험한 여성

여성의 낮은 경제 활동은 곧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며 2080년 예상 노인 부양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1명)보다 낮은 20개국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경활률)이 모두 OECD 평균(65%)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경활률은 15~65세 여성 인구 중 경제 활동 인구의 비율을, 노인 부양률은 20~64세 생산 가능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65세 이상)의 수를 뜻한다. 전경련은 한국의 여성 경활률이 60%로 OECD 평균을 밑도는 가운데 2080년 예상 노인 부양률은 95명으로 OECD 1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여성이 경제 활동을 많이 할수록 근무 여건의 안정화 덕분에 궁극적으로 출산율 증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 여성의 경활률을 끌어올려야만 인구 감소와 노인 부양률 급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세종=임성빈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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