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수사·기소 분리'가 나아갈 방향…檢 신뢰 나아지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2021.03.08 17:22

업데이트 2021.03.08 17:59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권력기관 개혁이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움직임에 반발하며 사퇴한 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ㆍ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ㆍ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움직임을 개혁의 목표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3일 대구고검ㆍ지검을 방문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했고, 그 다음날 총장직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다만 '수사·기소권 분리' 방법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소ㆍ수사권 분리는)입법의 영역”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과정에서 검찰의 의견까지 충분히 수렴하라는 취지로, 이른바 ‘속도조절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는 큰 뜻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질서있게 또 이미 이뤄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 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 나가길 당부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선 “대다수 검사들의 묵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이자, 가장 신뢰받아야 할 권력기관”며 “검찰권의 행사가 자의적이거나 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건 배당부터 수사와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과정에 대해 재차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자의적’, ‘선택적’, ‘마음대로’라는 표현을 동원해 검찰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느끼는 검찰의 불공정성은 개혁에 반대하고 있는 검찰 탓이란 뉘앙스다.

경찰에 대해서는 “수사지휘역량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권한이 주어지면 능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바란다”며 “신설된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책임수사체계를 확립하고 치안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치경찰제도 차질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올해는 권력기관 개혁이 현장에 자리 잡는 첫해”라며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를 전담하는 공수처도 출범했다. 이제 경찰ㆍ검찰ㆍ공수처 간 역할분담과 함께 유기적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퇴임을 앞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퇴임을 앞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행안부는 국민의 안정을 책임지는 부처”라며 아동학대와 성범죄 등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당부했다.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선 “폐업이 불가피한 임차인에게 계약해지권을 인정함으로써 위기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며 “법무부가 관계부처 및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박범계 법무장관과 전해철 행안부 장관을 비롯해 퇴임을 앞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