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복무 정신분열병 물증없어도 유공자 인정

중앙일보

입력

군복무중 구타와 가혹행위로 정신병이 발병한 경우 구타와 가혹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더라도 여러 정황을 감안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한기택 부장판사)는 31일 "군복무중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분열병이 생겼다"며 A(36)씨가 서울지역 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비해당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입대전에 본인은 물론 가족중에도 정신분열병 증세를 보인 사람이 없었고 군복무중 '왕따'와 심한 구타를 당했다고 진술하는 등 군에 대한 심한 적개심을 보이고 있다"며 "원고가 구타나 '왕따'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은 제시하지 못했지만 원고의 정신분열병의 다른 원인도 찾을 수 없다면 군복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87년 입대, 복무하다가 환시, 환청,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 등 증세를 보여 의병전역했으며 전역 후 정신병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다시 군에 가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며 "군대에서 이유없는 심한 구타와 '왕따'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지만 "군복무 때문에 정신분열병이 발병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