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낙으로.." 올림픽 후유증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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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도 끝나고..어휴~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2주 넘게 펼쳐진 아테네올림픽이 30일 새벽 끝이 나면서 매일 한국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며 어려운 현실의 시름을 잊었던 시민들이 허탈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이른바 `올림픽 후유증'이 번지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시차때문에 주요경기가 한국시간으로 자정부터 새벽에 열리는 바람에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TV를 시청하다 오전에 졸음을 느껴 생활리듬이 뒤바뀌는 `올빼미형 인간'이 됐다며 피로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올림픽 하이라이트 방송을 본다거나 인터넷으로 지나간 기사를 무의식적으로 클릭하면서 `과거의 추억'에 젖어 시간을 보내는 시민도 종종 눈에 띈다.

회사원 이원희(30)씨는 "일찍 자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한국선수의 경기가 시작되면 끝까지 봐 버렸다"며 "어제도 이봉주 선수의 경기를 끝까지 보느라 잠을 3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출근했더니 피곤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변해성(33)씨는 "밤새 올림픽을 보고 다음날 직장에서 올림픽 이야기로 꽃을 피웠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허탈하다"며 "금메달을 따면 내 일처럼 환호하고 기뻐했지만 `꿈을 깨면' 현실로 돌아온다는 것이 더 허망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뜻대로 되지 않지만 정상리듬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노력도 갖가지다.

대학원생 박종규(31)씨는 "2주간 올빼미형 인간이 돼 버려 낮에 졸리고 정작 밤에는 말똥말똥하게 눈을 뜨고 있어서 괴롭다"며 "저녁을 먹고나서 운동을 심하게 해 몸을 피곤하게 하면 잠을 일찍 잘 수 있다고 해 저녁에 운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성민(22)씨는 "올림픽에 빠져 살다가 개강이 눈앞으로 다가와 버려 당황스럽다"며 "개강 준비를 바쁘게 하면서 허탈함을 잊어볼 생각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고 `탈 후유증' 계획을 세웠다.

한양대 신경정신과 남정현 교수는 "사회가 불안정해 지면 사람들이 올림픽 같은 이벤트에 더 집중한다"며 "일상이 힘들고 반복되는 생활에 지루하다 보니까 올림픽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월드컵 뒤에도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특별한 해법이 없다"며 "해외에서 돌아왔을 때 시차 적응과 같은데 졸리다고 눕거나 낮잠을 자지말고 가벼운 운동과 휴식을 취하고 다른 재미를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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