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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 시각 장애인 행세…보험금 5억8000만원 뜯어낸 일당

중앙일보

입력

보험사기 이미지. [연합뉴스]

보험사기 이미지. [연합뉴스]

교통사고 후 시각 장애인 행세를 하며 5억8000여 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허위로 타낸 가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보험사기 주도 80대 징역 2년 선고

청주지법 형사3단독 고춘순 판사는 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82)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의 조카인 공범 B씨(47)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B씨는 2009년 12월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버스에 부딪혀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눈 위쪽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B씨는 시신경 일부가 손상돼 오른쪽 시력이 일부 저하됐으나,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진 않았다.

고모 A씨는 B씨에게 접근해 “보험금을 많이 타야 하니까 시력 검사할 때 안 보인다고 하고 미친 척을 하라”고 꼬드겼다. B씨는 시력 검사를 할 때마다 숫자나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2010년 3월까지 서울 모 병원에서 진행한 안과 치료 과정에서 좌안 0.04, 우안 0.02로 시력이 측정되게 했다. 2011년 3월께 청주의 모 종합병원에서 양쪽 교정시력 0.02 이하로 판정받아 영구후유장해 진단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이렇게 받은 허위 진단서를 S보험사에 제출해 2011년 5월 보상금 명목으로 4억9666만원을 타냈다.

A씨는 2011년 7월 B씨를 양자로 입양하고, 이듬해 7월 B씨에게 한정치산 선고를 받도록 한 뒤 자신을 법정후견인으로 등록했다. A씨는 이후 시외버스 자동차 보험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벌여 2016년 6월 B씨의 보상금 9176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받아냈다. B씨는 법정에서도 앞이 보이지 않거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검찰의 보험사기 혐의 공소제기로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B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서 밝혀졌다.

고춘순 판사는 판결문에서 “보험사기는 어려운 위험을 다수가 함께 대비하기 위해 모은 재원을 편취하는 범행으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B씨는 교통사고로 실제 시력이 크게 저하한 부분이 있는 점을 참작했고, A씨는 고령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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