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회계 부정 엔론 스캔들 파헤친 ‘공매도의 대부’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06 00:20

업데이트 2021.03.0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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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호 16면

[월스트리트 리더십] ‘키니코스’ 설립자 짐 채노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주가가 내려가면 사서 갚아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우량 기업의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는 가치투자와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하는 가치투자와 달리 기업을 둘러싼 부정적 요소를 들춰내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는 게 공매도의 핵심이라서다.

매의 눈으로 부실 기업 샅샅이 색출
여론전으로 주가 거품 빼 수익 거둬
‘실시간 금융 감시’ 공매도 위력 과시

금융위기 때 44% 역대 최고 수익
패시브 펀드로도 연평균 22% 벌어
조지 소로스, 계속 투자 자문받아

공매도는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야누스 같은 존재다. 주가의 거품을 제거하는 순기능을 발휘한다고 하지만, 투자는 제로섬 게임인지라 공매도는 주식을 매수한 이들의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관점에서 진영 논리가 개입한 것이 최근의 공매도 사태다. 미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세를 결집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가 집중된 주식을 대거 매수하며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공매도 세력 응징에 나선 것이다. 월가에 대한 반감,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으로까지 비화한 이 사태를 두고 많은 유명인이 개인투자자 편에 서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 중 유독 눈이 가는 인물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이다. 특별히 머스크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입장이 반 공매도 집단과 겹쳐 있어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머스크도 공매도에 맞서는 처지였기에 그가 느낄 동병상련의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유동성 장세서 펀드 규모 줄어

끈질기게 머스크를 압박한 인물이 ‘공매도의 대부’ 짐 채노스였다. 세계 최대 공매도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채노스는 2015년부터 테슬라 저격에 나섰고 수많은 헤지펀드가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스계 미국인인 채노스는 1985년 그리스어로 ‘냉소’를 뜻하는 ‘키니코스’라는 사명으로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부실 기업 색출에 나섰다. 그 이전엔 도이치뱅크 등에서 일하며 기업의 회계 부정을 찾아내는 데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당시 채노스의 공매도 아이디어로 큰 돈을 번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는 그 후로도 계속 채노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채노스의 공매도는 특히 위기가 왔을 때 빛을 발했다. 주식시장이 호황일 땐 의구심이 무뎌진 탓에 드러나지 않는 사기(fraud) 행위가 불황에 접어들면 수면 위로 떠 오르는 주기적 움직임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채노스는 주식 호황에 편승해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른바 ‘사기의 황금기’에 의심스러운 기업의 회계 장부를 매의 눈으로 파고들었다. 이렇게 해서 채노스의 공매도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주가가 폭락하거나 아예 파산까지 이른 경우가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 버블 붕괴 후 2001년에 불거진 엔론 스캔들이었다. 지금까지도 최악의 회계 부정으로 꼽히는 엔론 사태를 처음 세상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 채노스였다. 그러면서 엔론 공매도를 통해 5억 달러라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엔론 사태는 채노스 개인은 물론 공매도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공매도는 실시간 금융 감시자’라는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입증해 공매도의 순기능을 부각했고, 동시에 투자기법으로서 공매도의 막강한 위력도 과시했기 때문이다.

채노스의 전성기는 금융위기를 겪으며 절정에 달했다. 2006년부터 부동산 및 금융기업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공매도한 것이 주효했다. 많은 헤지펀드가 존폐의 위기에 처했던 2008년에 그의 공매도 펀드는 44%라는 역대 최고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채노스의 공매도 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채노스를 포함해 최고의 분석력을 갖춘 키니코스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의심 가는 기업의 회계 자료를 비롯해 모든 정보를 철저하게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다른 공매도 헤지펀드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큰 성공을 거둔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 커피 공매도는 회계 조작을 처음 발견한 헤지펀드 머디 워터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둘째는 여론전이다. 공매도한 기업의 민낯을 대중에게 알려 주가의 거품을 빼는 일이다. 이를 위해 채노스는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태생적으로 공매도와 언론은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사안을 바라보기에 협력이 가능하다. 기업에 대한 진실을 밝혀 공매도는 경제적 이익을 얻고 언론은 탐사보도로 특종을 터뜨리는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노스는 오로지 주가 하락에만 베팅할까. 그렇지 않다. 공매도로 워낙 명성을 얻어서 그렇지 채노스는 주식시장의 장기적 상승을 점쳐온 인물이다. 이런 사실은 그가 운용하고 있는 두 개의 펀드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라틴어로 ‘곰’을 뜻하는 ‘우르수스’는 공매도 펀드지만 또 다른 펀드인 ‘키니코스 캐피털 파트너스’는 주식 롱-숏 펀드, 즉 매수와 공매도를 병행하는 펀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후자의 펀드는 매수 규모가 공매도 규모보다 훨씬 크고 매수는 모두 패시브 투자로 집행한다. 회사 설립 후 2020년까지의 투자 성과는 연평균 22%를 기록해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두 배였고 우르수스의 -2%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다. 결국, 길게 보면 투자 수익의 주요 원천은 공매도가 아닌 패시브 투자를 통해 주가지수 상승을 누린 데 있는 것이다.

공매도, 시장 보완 안전장치로 봐야

우르수스의 마이너스 실적에서 드러나듯 장기간 공매도만으로 돈을 버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지난 35년간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매도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효익 때문이다. 바로 ‘보험’ 기능이다. 공매도 전문가 채노스에게 일정 부문 헤지를 일임한 덕에 투자자들은 그만큼 더 큰 규모로 우량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채노스의 펀드 규모는 감소세가 역력하다. 금융위기 직후 70억 달러에서 이제는 15억 달러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더불어 공매도 실적도 하향세다. 채노스에 따르면 ‘사기의 황금기’가 길어지는 탓이다. 돈 풀기에 열심인 중앙은행과 정부 덕에 유동성 장세가 계속되면서 주가의 거품이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펀더멘털이 아닌 감정과 집단의식이 지배하는 반 공매도 움직임으로 공매도의 손절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채노스를 통해 본 공매도의 실상은 공매도 논란이 한창인 우리 금융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선과 악 또는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채노스가 강조하는 공매도의 실시간 금융 감시자 역할은 사후 규제에 치중하는 금융당국을 보완할 안전장치로 보아야 한다. 또한, 공매도 관련 제도는 공정성이 아닌 투명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헤지펀드조차 혼란스러워하는 현 상황에서 공정성을 이유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건 위험하다. 공매도의 무한 손실 리스크는 개인투자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짐 채노스(Jim Chanos)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 CEO

출생연도 1957년(64세)

최종 학력 예일대 경제학과(1980년 졸업)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 (Kynikos Associates LP)
설립연도 1985년

설립자 짐 채노스

업종 투자운용업(헤지펀드 운용)

운용 자산 규모 15억 달러(2020년 12월 기준)

직원 수 20명(2020년 12월 기준)

5년간 머스크 저격한 채노스, 테슬라 주가 폭등해 치명타
채노스와 머스크는 오랜 숙적관계이다. 지난 5년 동안 테슬라의 사업 모델과 주가를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채노스의 시각으론 테슬라는 머스크를 추종하는 ‘컬트’가 떠받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분명 자동차 기업인데도 사람들은 머스크에 현혹돼 테슬라에 꿈과 미래를 투영한다는 것이다.

초반엔 채노스가 우세를 보였다. 공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테슬라는 유통주식 대비 공매도 비중이 가장 큰 종목에 오랫동안 올라있기도 했다. 수세에 몰린 머스크는 가족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세 자녀에게 “공매도 세력은 우리가 죽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심적 고통을 호소할 정도였다.

머스크의 거센 반격은 지난해에 시작됐다. 팬데믹과 맞물려 테슬라 주가가 1년 동안 무려 740% 폭등해 공매도 세력을 초토화한 것이다. 연초 20%이던 공매도 비중은 6%로 급감했고, 테슬라 공매도로 인한 시장 전체 손실은 380억 달러에 달했다. 채노스도 치명타를 맞았다. 대규모 손절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더해 지난 35년간 쌓아온 명성에 크게 금이 간 것이다. 최근의 반 공매도 움직임도 채노스에게 역풍으로 작용하며 머스크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jhchoy@hycu.ac.kr
골드만삭스은행 서울 대표 및 유비에스·크레디트스위스·씨티그룹 FICC(채권·외환·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에서 국제금융과 금융리스크를 강의하며 금융서비스산업의 국제화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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