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전주 29명 "건강 지킴이"첫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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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향이(이하 가명.초등 6)는 부모님이 안 계신다. 아버지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어머니는 2년 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는 친척이 얻어준 집에서 정부 지원금으로 언니 세명과 함께 살고 있다. 미향이는 2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전주병원에서 40여분 동안 키와 체중을 재고 시력.심장.치아.혈액 등 20여 항목의 검사를 받았다.

미향이는 "그동안 몸이 아파도 꾹꾹 참고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이렇게 큰 종합병원에서 검진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며 고마워했다.

'We Start 운동본부'와 로또 공익재단(홍두표 이사장)이 함께 펼치는 '건강 지킴이'사업이 전주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건강 지킴이는 어려운 생활환경 때문에 위생관리가 소홀해 질병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한 무료검진 사업이다. 이날 전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어린이는 29명. 아이들은 1차로 영양 및 발육상태를 가리는 종합체력 검사와 혈액.소변.치과 등 순으로 검사를 받았다. 충치로 아파하던 기현이(초등 4)는 "하루 세번씩 꼭 양치질을 하세요"라는 의사의 말에 "예"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로또 공익재단은 이날 아이들에게 줄넘기 횟수와 칼로리 소모량이 자동으로 표시되는 디지털 줄넘기를, 전주병원은 크레파스를 각각 선물했다.

'We Start'운동 협력병원인 전주병원은 다음달 3일까지 저소득층 어린이 303명을 검진한다. We Start 운동본부와 로또 공익재단이 전주시내 40개동에 거주하는 만 6~12세의 어린이들 가운데 소년.소녀 가정, 모자.부자 가정 등을 추천받아 현장 답사를 거쳐 선정한 아이들이다. 1차 검진 결과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아이들은 2차 정밀진단을 받게 되며 심각한 질병이 발견될 경우 적절한 치료방안을 찾아준다.

전주병원 소아과 한명희 과장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라 먹는 것이 부실해 빈혈 등 영양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감기 등 흔한 증세도 방치할 경우 큰 병이 될 수 있다"며 "빈곤층 아이들을 위한 의료혜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또 공익재단 신은주 지원사업팀장은 "다음달까지 건강기록부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검진 결과를 알려주고 적절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강 지킴이 사업은 전주시에 이어 10월에는 경북지역에서 실시되는 등 앞으로 1년간 전국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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