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은폐" "왜곡된 주장"

중앙일보

입력

전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가 각종 연구를 통해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1960년대에 확인하고도 이를 숨겨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폐암 환자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와 금연운동협의회가 16일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KT&G 측은 "과장된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어 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은폐 여부 공방"
배 변호사 등은 "KT&G 측이 법원에 제출한 담배 관련 연구문서 464건을 조사한 결과'담배에 폐암 유발 물질이 있다'고 기록된 문서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가와 KT&G 측이 판매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는 ▶'담배 연기에 포함된 비소가 폐암의 원인으로 알려졌다'(69년의 시험연구 보고서) ▶'흡연이 폐암의 중요 원인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80년도 보고서)는 문서를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이 문서를 분석한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신동천 소장은 "보고서에는 니코틴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KT&G 측의 박교선 변호사는 "보고서 대부분은 외국 의학지 등에 공개된 내용을 검토한 것이며, KT&G가 의학계가 모르는 내용을 독자적으로 밝혀낸 자료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니코틴 중독성의 경우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고, KT&G나 국가가 연구자료를 숨겼다는 주장은 왜곡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듯"
KT&G와 국가가 담배의 유해성을 충분히 알고도 이를 숨긴 것으로 드러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 변호사는 "미국의 담배 소송에서 흡연 피해자가 승소한 결정적 계기는 94년 흡연의 위험성을 지적한 담배회사의 내부 비밀자료가 공개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료 공개와 함께 소송을 낸 폐암 환자 6명(3명은 사망)에 대한 신체 감정 결과와 사망자의 경우 진료기록 등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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