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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 필지에 119명…LH직원식 '지분쪼개기' 판친 광명시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H(한국주택토지공사)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후보지에 '지분 쪼개기'가 횡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야 한 필지를 최소 5평까지 잘게 쪼개 119명이 나눠 소유한 경우도 있었다. 4일 중앙일보가 LH 직원들의 땅 매입이 집중됐던 시흥시 과림동의 등기부 등본 일부를 확인한 결과다. 신도시 후보지 전체를 조사할 경우 이런 지분 쪼개기 등의 투기 사례는 훨씬 더 많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분 쪼개기 사례는 이렇다. 과림동 산 79-2번지(면적 1만1304㎡)의 경우 지난해 5월 5개의 부동산 법인이 나눠 매입했고, 이후 지분을 쪼개 5월부터 8월까지 114명의 외지인에게 판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해당 임야의 공유자는 119명인데 이 가운데는 경남, 전남 등의 거주자도 있고 일본인과 중국인까지 있다.

이들의 지분은 17㎡에서 424㎡, 지분당 매입금액은 4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인근 산 79-4번지도 12개 부동산 법인과 함께 19명이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지분 쪼개기는 기획부동산이라 불리는 특정 법인이 토지를 싼값에 매입한 뒤 수십 명~수백 명의 공유지분으로 나눠 비싸게 되파는 수법이다. LH 직원들의 경우 토지를 매입한 후 1000㎡ 단위로 지분 쪼개기를 했다. 개발 관련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1000㎡ 이상의 땅을 갖고 있으면 신도시에 조성되는 260㎡가량의 ‘혐의 양도인 택지’를 받을 수 있다. 이 택지에는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

LH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후보지 일대. 장진영 기자

LH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후보지 일대. 장진영 기자

과림동의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는 "이 지역은 3기 신도시 지구에 포함된 곳으로, 토지 지분 소유자도 지분율에 따라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며 "임야의 경우 토지 보상금액이 비교적 높게 책정된다. 이 때문에 1~2년 전부터 기획부동산들이 임야 매물을 집중적으로 보러 다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 계획 도면이 다 확정됐고, 국토부 장관이 사인만 하면 된다는 소문이 지난해 하반기에 돌았다"며 "언제 개발될지, 어떻게 개발될지 등의 '고급 정보'가 없었다면 기획부동산이 투자자를 모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고급 정보를 기획부동산이 사전에 확보했을 것이란 얘기다.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신축 건물 내부. 지난해 7월 준공된 이 건물은 현재 비어있는 상태다. 함종선 기자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신축 건물 내부. 지난해 7월 준공된 이 건물은 현재 비어있는 상태다. 함종선 기자

높은 보상금을 노린 듯한 건물 신축도 적지 않았다. 시흥시 무지내동의 3층짜리 근린생활시설+주택의 경우 지난해 7월 준공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가 1개만 영업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다 비어있다. 인근의 한 주민은 "들어와서 장사할 상인 찾기가 어려운 곳인데 외지인이 갑자기 새 건물을 지어 주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개발 계획을 미리 알고 높은 보상금을 바라고 새 건물을 지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림동의 경우 지난해 특정 시점에 토지 거래가 급증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과림동의 토지거래 현황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8월 서울 및 수도권 택지개발 계획을 담은 8·4대책 직전 3개월간 167건, 올해 2월 2·4대책(3기 신도시) 발표 전 3개월간 30건의 토지거래가 각각 이루어졌다.

김상훈 의원실

김상훈 의원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과림동의 토지거래는 14건에 불과했고, 3월에는 거래조차 없었다. 그러나 8·4대책 이전인 5월에는 86건(67억원)으로 늘었고 6월 33건(81억5000만원), 7월 48건(45억원) 등 거래가 많았다.

김상훈 의원은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에 투자가 쏠릴 수는 있지만, 해당 지역의 추세는 너무 극단적"이라며 "확실한 공공정보의 유출 또는 투기세력과의 정보 공유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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