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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약한 달러’ 카드로 미국 제조업 살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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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이 공통으로 내세운 목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기는 관세였다. 중국산 수입품 등에 ‘관세 폭탄’을 부과해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카드는 뭘까.

달러 가치 떨어지면 수출 유리 #무역적자 벗어날 수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금 유치엔 악재 #옐런 “달러 가치는 시장이 결정”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 공약을 이루기 위해 ‘약한 달러’를 선호할 수 있다고 2일 전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진다. 그만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 변화

달러 대비 원화가치 변화

2019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였다. 이 수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적정 수준(0.7%)의 약 세 배라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이 신문은 “강한 달러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부풀려 왔다”며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메인스트리트’라고 불리는 전통 산업계는 달러 약세, 월스트리트로 대표하는 금융계는 달러 강세를 선호한다. 수출 경쟁력만 생각하면 달러 약세가 좋지만 글로벌 투자자금을 미국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달러 강세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 국채에 투자한 돈이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국채 금리 급등, 주가 급락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안에는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인물이 여러 명 있다. 제러드 번스타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달러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해 왔다. 브레드 세처 미 무역대표부(USTR) 고문도 달러 강세에 비판적 의견을 제기해 왔다.

노아 스미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최근 “달러 강세는 더는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칼럼을 썼다. 그는 “무역적자를 줄이려면 달러 가치를 낮춰야 한다”며 “‘플라자 합의’ 수준으로 중국과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담판을 짓거나,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는 둘 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으로 미국 국채를 많이 사들였는데 달러 비중을 낮추려면 그만큼 미국 국채를 내다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1985년 9월 대미 무역 흑자국인 일본과 독일을 압박해 달러 약세,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의 강세를 유도하는 플라자 합의를 끌어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일본과 독일은 소련에 대항하는 동맹국이었지만 현재 중국은 그렇지 않다.

외환 정책을 총괄하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인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옐런 장관은 지난 1월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달러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낮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달러 가치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고비로 바닥을 친 뒤 소폭 강세로 돌아선 모습을 보인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달러당 1120.3원에 마감했다. 원화가치는 지난 1월 4일(달러당 1082.1원)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달러가치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2월 초(달러당 1195원)보다는 달러 가치가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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