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아닌 투기꾼 키웠다"…부동산 민심에 기름부은 LH

중앙일보

입력 2021.03.03 15:32

업데이트 2021.03.03 17:05

3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 있다.   경찰은 LH 임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투기 목적으로 해당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3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 있다. 경찰은 LH 임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투기 목적으로 해당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광명시흥 등 6개의 3기 신도시의 토지거래현황을 모두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국토부와 LH를 포함해 관계 공공기관의 관련 부서 직원 및 가족이다. 국토부 측은 “이번 주 안에 기초조사를 완료해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 또는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3기신도시 토지 거래 의혹
LH와 국토부 직원ㆍ가족 전수조사

전날 광명시흥에서 LH 직원 10여 명이 높은 보상을 노리고 신도시 발표전에 100억 원대의 토지를 매입했다는 정황이 보도된 이후 정부 공급 정책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기업이 아니라 월급 주면서 투기꾼들을 키웠다”,“전수조사하면 미리 알고 투기 매입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훨씬 많이 나올 것”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LH 직원들,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매입 의혹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LH 직원들,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매입 의혹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명시흥 지구는 2010년 보금자리택지지구로 지정된 후 2014년 해제됐다. 이후에는 신도시 개발 후보지로 꾸준히 거론됐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은 올 1월 들어서야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고, LH 직원들이 이를 알고서 샀다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땅을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매입한 후 지분을 쪼개고 묘목을 심는 등 큰 보상을 노린 전형적인 투기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광명시흥 일대에서는 국토부와 LH가 신도시 개발 계획을 2년 전에 모두 세워놨고, 장관이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소문이 지난해 하반기에 크게 퍼졌다.

공공이 주도하면 공정하다는 2·4대책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3기 신도시(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변 장관에게도 책임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뉴스1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3기 신도시(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변 장관에게도 책임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뉴스1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2ㆍ4 공급대책에도 먹구름이 꼈다. 2ㆍ4대책의 핵심은 공공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공주도의 개발이다. 개인의 땅을 LH나 SH 등의 공공이 사들여 개발하고 개발이익의 일부를 땅 주인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공공이 주도하면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변 장관의 주장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사업 진척이 더딘 도심 역세권 땅의 경우 공공만이 이런 이해관계를 책임지고 조율할 수 있다고 그는 자신했다.

하지만 사업의 첫 삽도 뜨기 전에 공정하게 사업을 주도해야 할 공공 주체가 땅 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런 비위 문제를 일으킨 LH가 주도해 공공개발 사업을 하겠다니 공공주도 정책을 누가 믿고 자신의 땅을 LH 등에 팔겠느냐”며 “땅 주인 의사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추진하는 토지 수용 및 현금청산 제도는 없어져야 할 제도인데, 2·4 대책에서는 이를 도심 개발에까지 쓰겠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부패방지법에는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서 이익을 챙겼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되고 농지를 취득하면서 허위 영농계획서를 냈을 경우 농지법 위반도 해당한다”며 “개인들의 비위뿐 아니라 LH 내부에 이런 구조적 시스템, 부패방지를 담당할 수 있는 준법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신규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부·공사·지방공기업 직원이 거주 목적이 아닌 토지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불가피할 경우에만 사전에 신고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측은 “처벌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공공기관별 인사규정을 통해 즉시 시행할 수 있게 추진하되 법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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