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바보 온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인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평강공주는 기억을 잃은 자객, 온달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아들로 등장한다. 『삼국사기』에 나온 미천한 집안의 바보와는 다른 설정이다.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가 극적이다보니 학계에서도 온달의 신분에 대해선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어 왔다.

널리 받아들여지는 견해는 몰락 귀족설이다. 6세기 고구려에서 벌어진 극심한 정치 혼란 속에서 권력을 잃은 구주류(국내성파) 출신이라는 것이다. 고구려는 대대로 절노부라는 세력에서 왕비를 배출하는 등 왕가의 혼인에 엄격했던 나라다. 온달의 첫 관직인 ‘대형(大兄)’은 연개소문의 아들이 받은 관직으로 고위직에 속했다. 반면 신수도였던 평양에 기반을 둔 신흥 귀족이거나 혹은 상업으로 큰 부를 획득한 평민 출신 ‘개천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역지사지 3/3

역지사지 3/3

눈길을 끄는 건 서역 출신설이다. 온달이 당시 강국(康國)이라 불리던 소그디아의 왕족 출신이라는 것이다. 『북사(北史)』 등 중국 사서에 따르면 ‘소그디아는 강국이라 불렸으며 그 왕족은 온(溫)씨’라고 기록됐는데, 온달 이전엔 『삼국사기』 어디서도 온씨 성(姓)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소그디아 사람들은 용맹하고 20세가 되면 이익을 찾아 곳곳으로 떠났다고 한다.

『삼국사기』에서는 ‘온달의 외모가 우스꽝스럽고 다 떨어진 옷과 해진 신으로 다녔다’고 했다. 어쩌면 그에 대한 묘사는 당대 다문화가정 출신이 겪었던 차별적 시선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을까.

유성운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