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군경의 실탄 사격으로 최소 18명 숨지고 30여 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가 속출하면서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시민들은 1일도 어김없이 항의 시위를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를 대표한 건 세 손가락 경례(Three-finger salute)였다. 세 손가락 경례는 독재에 저항하고,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로 시위대를 하나로 묶는 행위로 자리 잡았다.
일부 시민들은 장미꽃을 손에 쥔 채 세 손가락 경례를 하거나 거리에 꽃과 헬멧을 놓았다. 전날 양곤에서 시위 도중 목숨을 잃은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얼굴 밑에 "부끄러운 줄 알라. 우리는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은 팻말도 등장했다.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해시태그 #세 손가락 경례를 통해 연대를 호소했다. 한 남성은 다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는 중에도 세 손가락 경례를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은 현지 언론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됐다.
군경에 체포돼 끌려가는 시위대도 마찬가지였다. 호송차 밖으로 손을 내밀어 세 손가락을 치켜든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예술가들은 거리 곳곳 담벼락에 세 손가락 그림을 그려 항의했다. 경찰이 검은색 페인트로 지웠지만, 예술가들은 그 위에 또 다시 그림을 그렸다.
세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를 넘어 홍콩, 대만, 태국, 인도 등 동남아 국가로 번지고 있다. 반독재, 반권위주의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며 만들어진 '밀크티 동맹'을 통해서다.
이날 대만, 홍콩, 태국 등에서도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밀크티 동맹은 성명을 통해 "지금은 독재자들에게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고 주권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손을 잡을 때라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 운동가들은 SNS에 세 손가락 경례 사진을 올리고,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시위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