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피" 200여명에 수혈

중앙일보

입력

대한적십자사가 1994년 이후 10년간 혈액검사를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에이즈나 간염 양성반응을 보인 피가 200여명에게 수혈된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즈 양성 반응 혈액은 정밀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간염 양성반응을 보인 피의 경우 직접 사용돼 수혈받은 사람의 상당수가 간염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1994~2003년 헌혈된 혈액에 대해 에이즈나 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205건이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도 음성으로 표기돼 이 중 205건이 수혈됐고, 480건은 의약품 원료로 사용됐다고 22일 발표했다. 나머지는 폐기됐다. 예를 들어 A씨가 96년 8월 헌혈한 피는 검사 오류로 음성판정을 받아 두 사람에게 수혈됐다. A씨는 97년 2월 다시 헌혈했고, 이 때 1차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정밀검사에선 음성으로 최종 판정됐다.

배종성 복지부 혈액관리과장은 "약품원료로 사용된 480건(에이즈 양성 혈액 3건)의 경우 제약회사가 살균처리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죽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혈된 피가 간염을 옮겼을 가능성은 크다. 에이즈와 달리 C형 간염의 경우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피의 3분의1가량이 최종 검사에서도 양성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간염 양성을 보인 혈액 203건은 수혈받은 사람에게 병을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은 70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 중 5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수혈에 의한 감염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적십자사가 헌혈된 피를 바꿔 검사하거나 양성과 음성을 뒤바꿔 입력하는 등의 오류를 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십자사의 혈액원 7곳의 양성 판단기준이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적십자사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검사가 잘못된 혈액을 유통시킨 사람은 검찰에 명단을 통보하기로 했다.

또 수혈로 감염된 사람에 대해 보상금(최고 5000만원)을 올리고 혈액 검사 결과를 이중으로 확인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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