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투약 첫 달 자살위험 높아

중앙일보

입력

우울증 환자는 성인이나 10대나 할 것 없이 항우울제 투약 첫 달, 특히 첫 10일에 자살할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보스턴 대학 보건대학원 역학교수 수전 지크 박사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7월21일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1990년대에 영국에서 구세대 항우울제 아미트립틸린과 도티에핀, 신세대 항우울제 프로작과 팍실 등 가장 널리 사용되는 4종류를 처음 투약한 15만9천810명(10-69세)의 데이터 베이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분석결과는 항우울제 복용 첫 달과 첫 10일에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한 사람은 복용 3개월 후의 경우보다 각각 3배와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자 중 10-19세는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자살 위험은 성인이나 마찬가지였으며, 삼환식화합물(tricyclic)계열의 구세대 항우울제나 이와는 작용기전이 다른 선별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계열의 신세대 항우울제나 차이가 없었다.

지크 박사는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가능성은 항우울제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는 데 그 전에 우울한 기분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는 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처음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갔을 때는 환자의 우울증이 극도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크 박사는 지적했다.

지크 박사는 따라서 투약을 처음 처방한 의사는 특히 첫 10일 또는 몇 주 동안 환자의 행동을 주의깊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특히 SSRI계열의 신세대 항우울제를 복용한 10대들 사이에 자살욕구와 자살행동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서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보건당국은 10대들에게는 SSRI를 처방하지 말라는 경고령을 내렸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0종의 항우울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들에 대해 자살위험을 알리는 새로운 경고문을 설명서에 추가하도록 했다.

(시카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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