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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 신속분자진단 검사 도입, 대면 수업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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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준호 서울대 자연대 학장

이준호 서울대 자연대 학장

대학은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학문의 전당이다. 2020학번 신입생들은 학교에 거의 나오지 못했다. 올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교육은 강의를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실험·실습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지난 한 해 동안은 강의뿐 아니라 실험 교육도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조교가 실험의 전 과정을 수행하고 수강생은 그 결과를 받아 분석하고 토의하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쓰는 식이었다. 실험 교육에서는 실험을 어떻게 하는가도 배우지만, 실패 경험을 쌓으면서 성공에 이르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비대면으로 해서는 실험 과학의 묘미를 체화하기 힘들다.

신속·효과적인 검사법 도입하면 #대면 강의·실험 확대할 수 있어

대학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대학에 널리 퍼져 있다. 서울대가 기존 방역 체계에 추가해 주기적 신속분자진단 검사를, 실험 활동이 이루어지는 자연대·공대를 대상으로 해 시범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신속분자진단 검사는 항원 검사보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좋고 현재 시행되는 일반적 유전자증폭(PCR) 검사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타액을 검체로 쓸 수 있어 검사에 대한 혐오도도 낮출 수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다시피 하는 외국 대학들도 이를 시도해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니 우리가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방식을 추진하는데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중 민감도·특이도가 낮다는 주장은 항원 검사와 혼동한 오해로 보인다. 또 방역 의식이 해이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대학 구성원들을 과소평가한 기우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방법이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대학을 잠그고 있어야 할까? 아니다. 지금은 실정법에만 매달려 움츠리고 있어야 할 시기가 아니다.

엄중한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다면 현실에 맞게 법을 고쳐야 한다. 상식적으로 의료 전문인이 아니라고 타액 채취를 못 할 이유가 없다. 또 긴급 승인된 검사 키트들을 일반적 목적으로 쓸 수 없다면 꼼꼼히 자격 심사를 거쳐 일반 승인을 내주면 되지 않을까. 건널목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건너야 한다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곳에 건널목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면서 사람에게 복무하도록 진화해 나가는 모습이 팬데믹 시대에 적절한 법의 모습일 것이다.

철저한 방역에 더해 새로운 시도를 하다 설혹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도 잃을 것은 없다. 학생들을 위험에 내몬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 타액 검사가 인체에 무해할 뿐 아니라, 이 검사를 한다고 방역 의식이 해이해질 이유도 없다. 본인이 음성이라고 해도 본인은 여전히 타인에게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이 시도가 성공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엄청나다. 특히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자신은 거의 팬데믹을 전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마음의 평화는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하여 대학원생이 상주하는 실험실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지고, 학부생들이 대학에 나와 최소한 하이브리드 대면-비대면 강의와 실험·실습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초·중·고까지 확산이 가능하게 된다면 백신 접종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새로운 일상을 열어나가게 해 주지 않을까. 아무도 가지 않았는데 길이 되는 경우는 없다. 누군가 처음으로 갔기 때문에 거기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K방역에 더해 K뉴노멀을 선도하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준호 서울대 자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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