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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뉴스가 제대로 보상 받는 구조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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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생수가 떨어지면 마트로 달려가는가? 대개는 디지털 플랫폼에 접속해 검색이나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클릭해 구입한다. 뉴스를 보는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사가 만든 뉴스와 시민들이 보는 뉴스 사이에는 플랫폼 기업들이 존재한다. 특정한 뉴스를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우리 눈 앞에, 손가락 가까이에 둘 것인지를 결정한다.

플랫폼 기업의 뉴스 사용료 지급 #뉴스산업 구조 개선해 공공에 이익

호주 정부가 마련한 뉴스미디어 협상법이 페이스북·구글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저항을 넘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은 뉴스 콘텐트를 사용하는데 대한 요금 협상을 반드시 해야 하고, 협상이 실패하면 중재자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책무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과한다. 유럽에서 유사한 정책적 시도들이 그동안 나왔지만 이 법은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것들 중 가장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는 플랫폼 기업이 가진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더 직접적으로 광고 수익을 이들로부터 배분받는다. 이렇게 의존적인 상황에서 언론사는 공들여 만든 뉴스가 언론사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반면 디지털 플랫폼들은 뉴스가 더 널리 퍼지고 다양하게 활용되게끔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뉴스미디어 협상법은 누가 더 받고 누가 덜 받고 하는 비즈니스 문제라고만 축소해 볼 수 없다. 가치 있는 양질의 뉴스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뉴스 산업의 구조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적 과제라는 점을 확인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넘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갖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례를 보여주었다는 의미도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주는 저널리즘의 과업은 어느 시대에나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가 무한대로 늘어난 오늘날 허위 정보가 뒤섞여 있는 뉴스의 홍수 속에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찾고 판단하는 일은 오롯이 개인의 어깨 위에 무겁게 남는다. 사회 참여의 폭은 넓어졌지만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하고 살기가 오히려 쉽지 않다. ‘대안적 진실’은 무수히 많은데 무엇을 믿을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잣대는 희미해지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사실에 대한 성찰보다 여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양질의 뉴스가 인정을 받고 제대로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과연 품질 좋은 기사가 이를 인정하고 요구하는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구조인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좋은 저널리즘은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며, 품이 들어간 기사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 이번 법에서 주목할 점은 검색 알고리즘이 변할 때 플랫폼 기업이 이를 공개해야 할 의무를 진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은 막강한 알고리즘 권력을 가지며 사람들이 무엇을 클릭하고 얼마나 머무르는지 등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소유한다. 그리고 데이터의 가공을 통해 사람들이 더 오래 플랫폼에 머물게 만든다. 알고리즘은 그 알고리즘을 만드는 조직의 목적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장사가 되는 콘텐트와 품질이 좋은 콘텐트는 다를 수 있고, 품질 좋은 뉴스가 독자를 더 많이 만나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의 목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품질 좋은 저널리즘은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은 언론사와 공동 책임을 갖는다. 동시에 분명한 것은 이러한 정책만으로 신문산업이나 저널리즘을 복원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