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하면 정력이 떨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남녀노소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몸에 칼을 대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부부가 콘돔이나 피임약 등으로 피임을 하고 있다가 영구피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남자가 정관수술을 할 것인지 여자가 난관수술을 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서로간에 무언의 압력을 가하게 된다. 그러다가 누군가 한 명은 수술을 하게 되는데 그 비율은 남녀가 반반이다.

과거에는 정관수술을 정부시책으로 정해,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을 빼주었는데 이제는 인구 억제정책에 변화가 생겨 그런 일도 없어졌다. IMF 시대에는 자발적으로 정관수술을 하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술을 하기 싫어하는 남자들은 정관수술을 하면 허리가 아프다던가, 발기력이 떨어진다, 살이 찐다는 등의 핑계로 수술을 미룬다. 어떤 사람은 정관수술을 하면 사정할 때 정액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관수술은 꼭 해야되는 수술도 아니고 몸에 좋으라고 하는 수술도 아니다. 피임방법이 많은데 그 중에 어느 것을 택하는가를 결정할 때 고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따라서 수술시의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정관수술을 하고나서 얻는 이득이 그보다 더 많으면 그 수술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때 외국에서는 정관수술을 하면 정력이 강해진다고 하여 정관수술붐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정관수술을 해도 사정할 때 느끼는 쾌감에는 전혀 변화가 없고 사정시 나오는 정액의 양도 변화가 없다. 단지 정액 속의 정자만 없어진다. 정관이 묶이면 생산된 정자는 부고환이라는 기관에서 자연히 몸으로 흡수되는데 이것 때문에 살이 찌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숫돼지를 거세하면 살이 찌고 고기가 부드러워지듯이 사람도 정관수술을 하면 살이 찔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정관수술과 거세(고환을 제거하는 것)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관수술은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이 아니고 정관만 묶는 수술이다. 고환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정관수술만 하면 정력이 떨어지거나 발기력이 감퇴된다는 말은 분명 사실무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