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여성 감염률 급증 추세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에서 에이즈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의 에이즈바이러스 감염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유엔에이즈퇴치계획(UNAIDS)의 피터 피오트 사무총장은 전날 에이즈의 '여성화'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에이즈는 점점 여성의 질병이 돼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이즈가 퍼지기 시작하던 초기에는 주로 남성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이제 세계적으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중 여성 비율은 50%를 넘어섰고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지역에서는 감염 여성 비율이 57%에 달한다. 또 북미와 남미,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도 여성 감염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감염남성 10명당 감염여성은 13명이며 이는 지난 2002년의 감염남성 10명당 12명의 여성감염자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이런 추세는 15세에서 24세의 청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져 남아프리카에서는 이 연령대 감염남성 10명당 감염여성이 20명이며 케냐와 말리에서는 감염남성 10명당 여성감염자는 무려 45명이다.

피오트 사무총장은 "섹스 도중 여성은 더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감염되기 쉽다"면서 "자신보다 5살에서 많게는 15살이나 나이가 많고 이미 에이즈에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남성과 첫 성경험을 갖게 되기 쉬운 것도 남아프리카에서 에이즈가 퍼지는 진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성관계가 같은 나이의 소년.소녀들 사이에서 시작된다면 에이즈는 차차 소멸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오트 사무총장은 주된 에이즈 예방전략이었던 ABC 메시지도 많은 여성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전략이기 때문에 다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ABC 메시지는 금욕(Abstain), 정숙함(Be Faithful), 콘돔 사용(Use a Condom)을 뜻하는데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성관계에서 금욕은 여성의 선택사항이 아니며, 정숙함은 남녀 모두에 해당되고, 콘돔 사용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기혼자에게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피오트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에이즈 퇴치책이 여성용 신약의 개발 노력과 함께 남성의 행동을 바꾸는데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성관계 전 여성의 질에 바르면 에이즈 바이러스를 죽이는 질용 살균제가 임상시험 단계에 와 있으며, 이는 피임약이 출산조절에 기여했던 것처럼 에이즈 확산과정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성의 교육기회를 늘리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도 에이즈가 여성에게 퍼지는 것을 막는데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유엔 보고서는 아프리카의 여성들이 에이즈에 걸린 가족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에이즈로 인한 부담을 더 크게 지고 있으며 남편이 에이즈로 숨진 뒤에도 법률지식의 부족으로 상속권을 잃게 되는 등 여성들이 타격을 크게 입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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