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복무중 선천적 질환 사망자도 유공자 해당

중앙일보

입력

군복무자가 선천적 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더라도 군 당국의 적절한 치료가 없었다면 국가 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의결이 나왔다.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는 6일 육군에 사병으로 입대해 복무중 뇌출혈로 사망한 문모씨 유족이 `경주보훈지청의 국가 유공자 유족 등록 거부를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심판에서 문씨를 국가 유공자로 인정하라고 의결했다.

행정심판위에 따르면 2002년말 20세 나이로 육군에 입대한 문씨는 신병훈련을 마치고 소속부대에 전입한 다음해 4월3일 교육 훈련을 받다 "머리가 터질 것 같다"며 두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특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지내던 문씨는 같은 달 12일 휴게실에서 전자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으며 급히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18일 사망했다.

문씨의 부친은 두달 후 국가 유공자 유족 등록을 신청했으나, 경주보훈지청장은 이를 거부했다.

문씨가 외상 등 특별한 원인이 없이 갑자기 쓰러졌으며 선천적 질환인 뇌혈관 기형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군복무와 문씨 사망간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행정심판위는 CT(컴퓨터단층촬영)필름, 부검 감정서 등 관련 자료를 종합, 분석한 후 반대되는 결론을 내렸다.

문씨의 선천적인 뇌혈관 기형이 근본적인 사인(死因)이라 하더라도 군입대 후 복무환경이 스트레스로 작용, 뇌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고 제때에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행정심판위 관계자는 "사병이 선천적인 신체적 결함을 갖고 있거나 훈련중 사병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면 군당국은 당연히 적절한 진단 및 치료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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