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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기고] 과학기술의 집약 ‘게임’은 사람을 더 사람답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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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게임은 문화다’라는 말은 지난 몇 년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게임 관련 기관 및 협회 등에서 강조했던 캐치프레이즈다.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가 질병코드 ‘6C51’로 공식화되며 그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많은 게임 전문가들에 의해 회자된 말이기도 하다. 의도는 분명하지만, 그 방법이 적절한가에 대한 부분은 공감할 수 없다. 게임이 문화가 아니었던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게임이 이 시대에 왜 필요하고 어떤 점이 인류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기고

오늘날 디지털 게임은 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1958년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에 참여한 과학자 중 한 명인 윌리엄 히긴보덤(William Higinbotham) 박사에 의해 개발된 테니스포투(Tennis for Two)가 최초의 전자게임이다. 이후 정보통신기술 발전의 단계마다 게임은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개인용 컴퓨터의 소형화와 함께 그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만든 것이 MIT의 스페이스 워(Space War, 1962)였으며 텔레비전의 보급과 함께 거실을 즐거움의 공간으로 바꿔준 것이 가정용 게임기 오디세이(Odyssey, Magnavox, 1972)다.

코로나 19팬데믹 상황에서 게임의 가치는 재평가되고 있으며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게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해질 수 있을지 예측되고 있다. 언택트 환경 속에서 인류가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이상적인 도구가 게임이라는 점은 지난 1년간 인류가 소비한 데이터로 확인했고 게임이 질병이라는 낙인을 찍었던 장본인인 세계보건기구도 게임을 디지털 백신으로 추천하는 반전을 목도했다.

게임이 좋다 나쁘다 논쟁하는 것은 이미 한물 지난 과도기적 소모전일 뿐이다. 이미 게임 안에서 인류는 생각하고 소통하고 경험한다. 그리고 최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그 생각을 현실화시킨다. 가상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공감하며 움직이는 가장 인간다운 행위가 과학기술(게임)을 통해 일상이 되는 순간이 곧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게임을 더 이상 문화라고 애써 포장하지 말자. 게임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문화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게임은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이며 그것을 통해 인간은 좀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자신 있게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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