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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기고] 의사들, 가운 벗고 산업 일선에 나서야 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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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조영훈 바디프랜드  메디컬R&D센터 실장 (이비인후과 전문의)

조영훈 바디프랜드 메디컬R&D센터 실장 (이비인후과 전문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며 산업·기술·학문의 융합은 새로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산업 일선에 나서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본다는 기존 개념과 역할이 새로운 가치 창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의학의 비대칭 정보 상황이 해결되고, 개발의 문턱이 점차 낮아짐과 동시에 코로나 시대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가운을 벗은 기존 의사들이 주로 의료·제약업계, 법조계에 한정해 진출하는 경향이었다면, 최근에는 IT와 헬스케어가 융합된 분야로 의사들이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의사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아졌고, 급기야 의사가 창업해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을 일군 사례도 많다. 소위 ‘머리 좋고 공부 좀 한다’는 수험생들의 의대 진학이 심화돼 우수한 의사가 꾸준히 배출되는 현상과도 맞물린다.

필자도 2년 전 진료실을 나와 산업 일선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안마의자 및 메디컬체어 제조업체의 R&D센터로 여러 의사들과 다양한 임상연구 및 문헌을 토대로 기획 과정부터 고객의 건강을 향상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람의 몸이 대상인 마사지는 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사의 전문성과 헬스케어 분야의 접점은 ‘마사지가 건강에 좋다’는 통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이곳에서 여러 전문의들과 뇌 공학 박사, 음악치료사 등 메디컬R&D센터 전문인력과 마사지가 건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개발했다. 마사지가 통증을 완화하고, 정신건강과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기존 논문은 이미 많다. 우리는 피실험자들에게 마사지가 어떻게 제공되었는지 분석하고 그것을 제품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기구 및 프로그램을 개발할지 엔지니어들과 논의한다. 기존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 장치라면, 어떻게 장착할지 고민한다. 자사 제품에 장착된 목견인기와 펄스전자기장 장치(PEMF)는 실제 물리치료장비를 효과적으로 적용시킨 좋은 예다.

또 안마의자에서 개발된 내용이 효능·효과가 있는지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의사들이 참여한 수면모드의 경우, 깊은 수면이 늘고 수면 잠복기가 줄어드는 등 수면의 질이 개선된다는 것을 한 대학병원과의 연구에서 전향 임상을 통해 밝혀 대한수면연구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허리 주변 척추기립근을 이완시키도록 제작한 허리집중모드는 척추관절 전문병원과 임상시험을 통해 바디프랜드 안마의자의 꾸준한 사용만으로 물리치료에 상응하는 허리 불편감 감소 효과를 입증해 SCI급 의학 저널 메디신(Medicine)에 논문을 발표했다.

IT와 헬스케어가 융합된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혈압측정기능이 장착된 메디컬체어 출시에 맞춰, 혈압 수치를 낮춰주는 DASH 다이어트법 및 생각과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체중과 혈압을 동시에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콘텐트를 한창 개발 중이다. 또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은 이명에 대해 잘 이해하고 불안감을 낮추면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이명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태블릿으로 전달하고 부교감 신경을 항진해 편안하게 하는 마사지 모드가 결합된 안티-노이징 마사지 프로그램도 곧 출시된다. 나아가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과 결합된 다양한 콘텐트도 연구 중이다.

바이오헬스와 IT산업, 그리고 두 개가 융합된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래가 매우 유망한 분야다. 글로벌 시장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면 국가 성장에 큰 동력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20~30년간 의료계의 뛰어난 인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에 꾸준히 유입되었으며, IT 인프라 또한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 잠재성이 매우 높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기대수명보다 18년 이상 적다. 이 차이는 의학의 발전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의사들이 이종기술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의사들이 진료실을 박차고 나와 산업으로 뛰어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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