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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56% 항체 생기면 집단면역 가능?…누구 말 믿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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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문 예방접종 대비 모의훈련이 열린 23일 전북 전주시 평화보건지소에서 관계자들이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문 예방접종 대비 모의훈련이 열린 23일 전북 전주시 평화보건지소에서 관계자들이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면역 형성기준이 달라 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국민 70%가 백신을 접종(항체 형성률 80% 가정)할 경우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세계 각국은 다른 기준을 제시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재생산지수가 2라고 가정하면, (항체 양성률) 50% 정도를 집단면역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며 “지수가 3이라고 했을 때는 약 67% 정도를 달성해야 집단면역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재생산지수(R)는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몇명에게 옮겼는지 보여주는 지수다. 2면 두 명에게 옮겼다는 뜻이다.

이어 정 청장은 “(국민) 70%가 (백신을) 접종하고 항체 형성률이 80%라고 하면 항체 양성률이 56%여서 재생산지수 2 이상은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채널A ‘뉴스A 라이브’ 인터뷰에서 “인구를 5000만 명으로 볼 때 70%인 3500만 명이 접종하면 집단면역이 이뤄진다는 것이 상식이다”고 강조했다.

“접종 인구와 항체 형성 인구는 달라”

집단 면역은 특정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상태를 뜻한다. 일각에서 효과에 의문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인류는 이를 통해 홍역이나 여러 감염병을 극복해왔다. 감염 재생산지수가 20에 육박하는 홍역의 경우 집단 면역을 위해 필요한 면역 인구 비율이 95%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2019년 전국 예방 접종률 현황’에 따르면 만 1세 이전에 접종하는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백신의 접종률은 97~98%였다.

코로나19 극복이 가능한 집단 면역을 위한 기준은 사실 정해진 바 없다. 전 세계 전문가의 주장도 추정일 뿐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집단면역 형성 기준 관련 “전문가도 모른다”며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방대본이 제시한 항체를 가진 인구 비율 56%는 기존 세계 전문가가 주장한 집단 면역 형성 기준보다 적은 수치다. 각국의 여러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가지면 감염병의 전파를 느려지게 하거나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여겼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인구와 항체 형성 인구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는 정확한 수치는 밝혀진 바 없지만, 현재 내세운 (항체 형성 인구) 56%는 전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총리의 발언대로 전 국민 70%가 백신을 맞아도 전원 항체가 생기지 않아서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5종의 백신 종류별 예방 효과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62∼70%, 얀센은 66%, 노바백스는 89.3%, 모더나는 94.1%, 화이자는 95%다. 방대본은 백신의 평균 항체 형성률을 80% 정도로 보고 있다. 정 총리가 인구 70%라고 제시한 3500만 명도 정확지 않은 표현이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계획에서 18세 미만 인구를 제외했다. 3500만명은 접종 대상 인구 4500만명의 78%에 달한다. 최 교수는 “정부의 발표는 국민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치가 있는 목표 발표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이 등장 후 미국·이스라엘 기준 높여

특히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감염 재생산지수가 커지며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자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한 백신 접종 기준도 올랐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 전체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가져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했으나, 지난해 11월에는 70~75%로 이를 상향했다.

파우치 소장은 한 달 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기준을 더 높여 80%에서 최대 90%까지도 기준이 올라갈 수 있다고 했으나 올 1월 다시 미국 전체 인구의 70∼85%가 백신 접종을 마치는 가을쯤 집단 면역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기준을 내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 시바 메디컬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모습.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었다. 중앙포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 시바 메디컬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모습.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었다. 중앙포토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장 빠른 이스라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론상으로는 감염 재생산 지수를 놓고 50~67%라고 계산할 수 있지만, 실제 코로나19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고 백신 공급 상황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등을 고려해 목표를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스라엘 전문가도 집단 면역 형성 기준을 올리고 있다. 이스라엘 코로나19 대응 자문위원인 나다브다비도비치 벤구리온대 교수는 4일 (현지시각)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인터뷰에서 “집단 면역을 위한 접종률 목표를 대략 60∼70% 정도로 잡았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강력한 감염력이 집단면역의 문턱을 높여 접종률 80% 이상이어야 한다” 며 “이스라엘 인구의 30%는 아동과 청소년이다. 그들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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