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화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유력주자들이 저마다 차별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선명성을 강조하며 보수 유권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국민의힘 오세훈 전 시장은 100% 시민 여론조사 경선을 겨냥해 승부수를 띄웠다. 나경원 전 의원은 중도·진보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는 등 외연 확장에 여념이 없다.
“文 대신 백신 맞겠다” 보수층 자극하는 安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맞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1호 백신 접종’을 놓고 여야에서 설전이 벌어진 걸 겨냥한 발언이다.
안 대표는 최근 퀴어(성 소수자) 축제를 놓고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18일 금태섭 전 의원과의 단일화 TV토론에서 “(퀴어 축제 광화문 개최를)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다음날에도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도심서 열려 아동, 청소년이 무방비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의견이 있다”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를 놓고 야권에선 “안 대표가 동성애 등 민감한 이슈와 반문(反文) 정서를 넘나들며 보수층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후보와의 최종 경선은 물론, 민주당과의 대결에서도 보수 유권자의 지지 없이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100% 시민 여론조사’ 올인하는 오세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다른 후보들보다 비교적 조용한 경선을 치르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에서 중도 사퇴한 것을 놓곤 “반성한다”고 몸을 낮추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대신 1인 가구, 청년 지원 공약을 내놓는 등 정책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부동산 문제를 놓고도 안 대표가 5년 74만호, 나 전 의원이 10년 70만호 공급을 약속한 것과 달리 “현실적인 최대치”라며 5년간 36만호 공급을 공약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당원 투표가 아닌 시민 여론조사에선 나 전 의원에게 앞설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당 예비 경선에서 오 전 시장은 당원 투표에선 나 전 의원에게 밀렸지만, 시민 여론조사에서는 나 전 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다음 달 4일 본경선은 100% 시민 여론조사로 치러진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강도 높은 발언으로 당심(黨心) 공략에 힘을 기울이기보다는, 1인 가구나 청년, 노인 등 일반 시민들을 포인트별로 조용히 공약하면 경선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대제 영입하고 ‘진중권 인증샷’ 나경원
나 전 의원은 중도층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8일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현 과기부) 장관을 지내고,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기지사에 출마한 진대제 전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나 전 의원이 최근 만난 이들도 대부분 중도 혹은 진보 진영 인사들이다. 나 전 의원은 오는 27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만날 예정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4일에는 금태섭 전 의원과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야권 단일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지난달에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만나 활짝 웃으며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당시 진 교수는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이 공격받을 때 내가 편들어 준 적이 있는데, 고마웠다고 인사차”라고 적었고, 나 전 의원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답글을 달았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여권이나 친문 지지층이 나 전 의원에게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를 집중하면서 외연 확장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향후 상식적인 중도층 표심만 흡수해도 지지율이 급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